'토토가', 노홍철 음주운전 파문에도 성공했던 이유(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역설적이게도 '토토가'의 성공은 노홍철의 음주운전 파문으로 생긴 위기에서 비롯된 셈이었다.

20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에선 지난해 방영돼 화제였던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의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눈길은 끈 건 노홍철의 등장이었다. 노홍철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무한도전' 등 방송 활동을 중단한 터라 TV에 그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등장한 건 오랜만이었다. 앞서 '무한도전'에서도 노홍철의 모습은 편집돼 전파를 타지 않았고, 멤버들 역시 노홍철을 이름 대신 '그 녀석'으로 지칭해왔다.

방송 초반에는 노홍철이 하하와 함께 터보 김종국, S.E.S. 등을 섭외하던 당시의 모습이 담겼다. 열정적으로 가수 섭외에 나서던 노홍철은 H.O.T. 섭외 무산 이후 젝스키스 섭외 직전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하하에게 "(섭외)연타를 치다가 한 번 쓰러지니까 조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팀을 만나는 빠듯한 촬영을 마무리하면서는 "하루 종일 달렸다"는 제작진의 말에 "진짜 이럴 줄 몰랐다. 하지만 늘 그렇다. 신기하다"면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렇게 목이 안 쉬거나 하면 되게 찝찝하다. 방송에 나가든 안 나가든, 목이 쉬거나 우리가 서로를 봤을 때 이랬으면(격려를 할 수 있을 정도면) 진짜 후회가 없다"며 뿌듯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홍철은 음주운전 사건으로 '무한도전'에서 하차했고, 방송에는 사건 직후 제작진과 멤버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노홍철의 하차로 평소와 달리 심각한 표정의 멤버들이었고, 재촬영이 불가피한 '토토가' 특집도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한 분위기였다.

하하는 노홍철의 사건 당시를 떠올리며 "새벽에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었다"면서 "그 당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고 떠올렸다. 유재석은 "'설마?' 그랬다. 너무 잘 알고 있을 텐데, 도대체 뭐지 싶었다. '이게 뭐지' 했다"고 털어놨다. 정준하는 "날개를 다쳐서 더이상 날아오르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결국 '무한도전' 팀은 노홍철이 등장했던 장면의 재촬영에 나섰는데, 역설적이게도 이 재촬영을 통해 터보의 김정남과 S.E.S. 멤버 슈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하는 "진짜 아이러니하다. '통편집'이 되고 다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그래서 김정남이 조명을 받게 됐었다"고 회상했다. 유재석 또한 "인생이 정말 묘하다 싶었다"며 "김종국과의 분량은 되게 재미있어서 사실 방송에 소개되지 못했지만 굉장히 아쉬워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녹화가 김정남과 슈…(두 사람을 재조명하게 됐다). 만약 '그 녀석'이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런 가정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고 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1차 라인업에 있던 아이돌들, H.O.T.나 젝스키스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못하게 됐을 때, '이걸('토토가'를) 해야 하나? 하지 말까?'란 얘기도 나왔다"고 고백하며 "하지만 김정남이나 슈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이런 게 시청자들에게 이야기가 전달되고 이런 삶의 무게를 지닌 가수를 보면 감정 이입을 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벼운 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대나 미술적인 부분 등 세트도 훨씬 고민했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토토가'는 노홍철의 하차로 큰 위기를 맞았으나 이로 인해 '토토가'의 기획 의도가 처음과 다소 달라지며 끝내 시청자들의 감동하게 한 인간미 넘치는 감동의 무대로 발전할 수 있었던 셈이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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