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온주완 "이왕이면 제일 나쁜 사람, 계탔죠" (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온주완은 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연기를 넘어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등장 인물 모두의 캐릭터를 살리는 박경수 작가를 만나 이호성이라는 인물도 제대로 살렸고, 그만큼 시청자들에게도 배우 온주완을 각인시켰다.

온주완은 '펀치' 종영 후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도 잘 되고 어쨌든 호성이란 캐릭터도 끝에 선한 편으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너무 임팩트 있게 잘 마무리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기도 하다. 마지막 분량에서는 거의 계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펀치'에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전작을 같이 했던 김미숙 선생님이나 고준희 씨가 다 전화가 와서 '꼭 한 번 해봐라. 정말 좋을 거다. 박경수 작가님은 절대 캐릭터를 죽이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반 이호성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악(惡)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선(善)에 선 인물이라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임팩트가 없었다.

이에 온주완은 "각각의 캐릭터가 그려지면서 호성이는 못 살리는 건가 싶긴 했다. 말을 전달하는 전령의 역할밖에 하는 게 없었지 않나. 하지만 워낙 긍정적이고 '분량 없어요. 써주세요'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마지막에 계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호성의 악은 더 심해졌다. 예전의 이호성은 없었다. 때문에 온주완은 고민 끝에 더 악해지려 했다. '그래. 나쁜 놈이 될 거면 사람이 변하는 게 별거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라는 부분은 꼭 잡고 가려 했다.

그는 "선만 갖고 있는 사람이 없듯 '만약 나쁜 사람이 될거면 제일 나쁜 사람이 되어줄게' 이런 부분은 꼭 잡고 갔다"며 "이전까지는 호성이가 주체적인 역할을 안 하니까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끌려다니는 호구네 호구' 이랬는데 후반부에 가면서 주체적으로 변하게 되고 감정도 소통하게 되고 이러다 보니까 나도 그 때 마음을 더 그렇게 먹었다"고 털어놨다.

"'오케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든 다 받아주겠어. 대신 윤지숙 장관보다는 더 나빠지자. 어차피 나쁠거면 내가 더 나쁘게 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중엔 호성이가 윤지숙을 쥐락펴락 하는 주체적인 인물이 된 것이 더 입체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어설프게 안 가서 좋았던 것 같다."

온주완은 그렇게 이호성을 이해했다.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다른 이들과 모든 생각이 같고 잘 맞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세운 길을 고집해서 걸어간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틀린 생각일 수도, 결과적으로 틀린 선택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누구나 자기 욕망, 좋게 표현하자면 꿈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치부를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것들이 모든 사람들한테 다 있다. 인격이 형성된 사람들한텐 다 있다. 그런걸 보여주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며 "호성이가 중반에 너무 확 변해서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감독님이 '사람 변하는 거 별거 없다'고 해서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왜 변하는 것 같나. 욱하는 것 때문에 변한다. 예를 들어 살인도 그렇다. 우발적 살인과 계획적 살인 딱 두가지밖에 없다고 한다. 근데 이 사람이 변해버리는 거는 '내가 이 타이밍에서 변해야지' 하는건 없다. 여자친구랑 잘 만나다가 '1년 만나고 1년 뒤에 변해야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여자친구가 '너 싫어. 다른 사람이 좋아졌어' 하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날 떠났어' 하면서 그게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시는 여자 안 만나. 사랑 안 해' 그렇게 되는 거다. 사람이 변하는게 정말 한순간이다."

이호성을 연기하며 배우로서도 많은 것을 얻었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됐고, 제대 후 욕심이 없어진 그였기에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습득할 수 있었다. 대가를 다 받지 못하더라도 연기적인 부분을 쟁취하고 해냈을 때 기쁨과 행복이 돈으로 환살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주완은 "이런 마음을 갖는 과정이 사실 힘들다.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배우들이 있다. 누구는 저만큼 올라가 있고 누구는 천천히 오고 있고 누구는 평균처럼 가고 있지 않나. 방향과 속도는 다 다르다. 근데 그 방향과 속도는 자기가 정하는 것 같다"며 "나는 높이 있는 톱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배우라 생각한다. 그거에 행복함을 느끼는 게 나한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선택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단 '펀치'라는 작품으로 나는 제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욕을 먹든 안 먹든 반응이 제일 많이 왔던 작품이기도 하고 각각의 배우나 모든 면에서 다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온주완은 "그런 게 생겼다. 친구들이 '너 최근에 뭐 했지?' 하면 '어~ 나 펀치 했어~' 할 수 있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온주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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