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강산 기자] 이번에는 좌익수 송광민이다. '야신'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실험은 계속된다.
한화는 1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야에세정 고친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를 가진다. 김 감독은 전날(2월 28일) 취재진과 만나 "LG전에 송광민을 좌익수로 내보낼 것이다"고 말했다. 송광민이 주 포지션인 3루 또는 유격수가 아닌 좌익수로 나서는 건 흔치 않은 풍경. 송광민은 전날도 내야가 아닌 좌익수 위치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송광민은 올 시즌 한화의 주전 3루수 후보다. 팔꿈치 부상 때문에 1차 전지훈련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최근 3차례 연습경기에 모두 3루수로 선발 출전, 10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KIA 타이거즈전서는 4타수 3안타로 펄펄 날았다. 김 감독은 송광민의 외야 훈련에 대해 "안 봤다"면서도 "2008년에 80경기 가까이 출전했다더라"며 은근히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강경학도 외야 수비 할 수 있으면 활용 폭이 넓어진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실험은 고치 1차 전지훈련부터 계속됐다. 김태균이 3루에서 지옥의 펑고를 받은 건 잘 알려진 일. 이는 주 포지션이 1루수인 김태균의 수비 강화뿐만 아니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포석이다. 김태균은 지난달 고치 1차 캠프에서 김회성과 함께 김 감독의 3루 펑고 2박스(500구)를 받았다. 김 감독은 당시 "김태균이 정말 좋아졌다. 시즌 치르다 보면 김태균이 3루수로 나서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균은 전날도 3루수 위치에서 펑고를 받았다.
포수 박노민도 외야 겸업 훈련을 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열린 연습경기에는 꾸준히 외야수로 출전했다. 슬라이딩 캐치로 공을 걷어내는 호수비도 선보였다. 고치에서는 포수조와 야수조 훈련을 모두 소화하느라 무척 바빴다. 타격과 송구에 강점이 있는 박노민이 외야에서 버텨준다면 팀과 본인 모두에게 플러스다. 최근 일본 대표팀에 선발된 아이자와 츠바사(히로시마 카프)도 주 포지션은 포수지만 1루수와 외야수 모두 소화 가능하다.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 외야 훈련을 병행한 케이스다.
'멀티 포지션'은 선수들의 생존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기회이자 도전이다. 국내에서는 LG 트윈스 김용의와 넥센 히어로즈 서동욱이 내·외야 모두 소화 가능한 대표 멀티플레이어. 일본에서는 앞서 언급한 아이자와뿐만 아니라 야마토(한신 타이거즈)가 중견수와 유격수 수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혔다.
김 감독 취임 당시 "김태균은 당분간 3루에서 반쯤 죽을 것이다"는 말이 화제가 됐다. 현실성 없는 얘기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은 김태균의 체중 감량과 수비 강화를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김 감독은 김태균이 3루수로 나서는 상황도 대비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구상하는 김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난 대목이다. 박노민과 송광민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화에 남은 시간은 단 이틀. 추가 훈련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을 제외하면 하루를 온전히 훈련으로 보내는 날은 없다. 다음날(2일)도 넥센 히어로즈와 연습경기가 잡혀 있다. 3일에는 본진이 귀국길에 오른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좌익수' 송광민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무척 흥미로운 볼거리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 = 일본 오키나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