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작년, 그만두려고 했다.”
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볼파크.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삼성 임창용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임창용은 “시즌 준비는 잘 되고 있다”라고 웃었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에도 임창용에 대한 기대가 크다. 류 감독은 “소프트뱅크전서 창용이 볼이 정말 좋더라. 올해도 마무리로 써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작년 9개의 블론세이브만 생각한다. 잘한 건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른 투수가 마무리를 맡았다면 10개 넘는 블론세이브를 했을 것”이라며 임창용을 감쌌다. 임창용은 지난해 49경기서 5승4패31세이브, 평균자책점 5.84를 기록했다.
▲복귀 첫 시즌 준비, 미흡했다
본래 임창용은 지난해 삼성에 돌아올 계획이 없었다. 시카고 컵스 스프링캠프에서 처절한 생존경쟁 중이었다. 오로지 메이저리그 진입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컵스는 3월 말 임창용에게 메이저리그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최종 통보했다. 결국 방출. 임창용의 삼성 입단식은 정확히 3월 26일에 거행됐다. 시즌 개막이 코 앞이라 7년만의 복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복귀 과정에서 각종 절차를 밟느라 시즌 준비에 약간 지장을 받았다. 임창용은 “작년에는 시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임창용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육체적, 심리적으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삼성 복귀가 성사되면서 수년간 쌓아온 시즌 준비 리듬이 흔들렸다. 개막과 동시에 1군에 등록되지 않으면서 재정비할 시기를 약간 벌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흔들렸다. 5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블론세이브가 늘어났던 것도 그 부작용. 임창용은 “시즌 초반엔 게임을 치를 몸 상태가 아니었다”라고 털어놨다.
▲시즌 도중 그만두려고 했다
“작년, 시즌 도중 그만두려고 했다.” 임창용이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 타자들이 일본, 미국과 수준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라고 했다. 심지어 “오버핸드, 사이드암 등 폼을 다르게 해서 던졌는데 타자들이 다 쳐냈다”라고 놀랐다. 또한, “대부분 변화구를 다 던질 줄 아는데 실전에선 잘 던지는 것 위주로 정해져 있다. 그조차 다 쳐내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국내 스트라이크 존 높낮이도 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공 스피드가 과거보다 떨어졌고, 국내 타자들의 컨택트 능력은 향상됐다. 스트라이크 존도 좁아진 느낌이 있었다. 결국 버텨내질 못했다. 5월 중순 이후 블론세이브는 꾸준히 적립됐다. 언론들은 임창용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스스로 투구 내용 및 결과에 만족스럽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한데다, 기사와 인터넷 댓글을 보고도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은 듯하다. 임창용은 “인터넷에 나오는 내 기사를 다 보는 편이다. 댓글도 다 본다. 요즘은 댓글이 기사보다 더 재미있다”라고 했다. 웃었지만,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임창용은 “시즌 도중에도, 시즌 끝나고도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그만둬야 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었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구단관계자들이 그만두겠다는 나를 진심으로 말렸다”라고 회상했다. 임창용은 주변의 설득에 결국 생각을 바꿨다. 지금은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다시 마음을 잡고 해보니까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라고 웃었다.
▲마음이 편하다, 올 시즌 기대된다
임창용은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올 시즌, 기대된다”라고 했다. 임창용은 갑작스럽게 복귀가 결정된 지난해와는 달리 체계적이고, 충실히 몸을 만들어왔다. 그는 “메이저리그 캠프에선 몸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고 돌아봤다. 확실한 신분보장이 되지 않았던 임창용으로선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삼성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있다. 임창용은 “감독님이 믿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삼성에선 상대적으로 몸을 천천히 만들어도 된다. 팀에서 누군가와 경쟁을 할 위치도 아니다. 임창용은 “여유가 생겼다. 동료들과 맞춰가면서 몸을 만든다. 아직도 개막까지 1달이 남았다”라고 했다. 소프트뱅크전서 무실점을 기록한 임창용에게 류 감독은 “볼이 좋다”라고 평가했지만, 임창용은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라고 했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
임창용은 올해 마흔이다. 그는 “힘든 건 전혀 없다. 1이닝 투수라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진 않는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또한, 올 시즌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3년이 되는 해. 야쿠르트서 제2의 전성기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가 2008년이었다. 당시에도 2005년 수술을 받은 뒤, 정확히 3년이 지났을 때였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없지만, 확실히 임창용은 수술 후 몸 상태가 서서히 좋아지는 케이스다. 전례가 되풀이된다면, 올 시즌 임창용은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도 가능하다.
7년 전 화려하게 부활했던 야쿠르트 시절과는 달리 이젠 나이가 많다. 임창용은 “과거엔 오버스로로 155km를 넘겼다. 이젠 150km 수준”이라고 했다. 스피드는 5km가 떨어졌지만, 경험의 폭은 5km 더 깊숙해졌다. 그는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특별히 없다. 다만, 블론세이브를 줄여야 한다”이라고 했다.
임창용은 지난해 야구를 그만 둘 생각을 했다. 31개의 세이브를 따냈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다 이겨낸 지금, 임창용에겐 그 또한 현재의 삶을 사는 밑거름이 됐다. 철저하게 준비한 2015시즌. 임창용은 과거에도 그랬듯, 또 한번 대반전을 꿈꾼다.
[임창용. 사진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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