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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가수 자이언티와 크러쉬가 부른 프로젝트 앨범 '영'(Young) 타이틀곡 '그냥'을 듣고 노래에 짙은 슬픔이 깔려 있는 걸 느꼈다. 제목부터 알 수 없게도 '그냥' 마음에 찌릿한 느낌이 있었다. 노래를 다 듣고는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떠올랐다. '내 마음 다칠까 걱정 말고 그냥 지나가면 돼요'라는 도입부의 가사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의 '진달래꽃' 정서와 크게 일치했기 때문이었을까.
변심한 연인 또는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은 상대를 붙잡지 않고 놓아주는 태도는 오히려 더 아프다. '진달래꽃'과 '그냥'은 결국엔 자신과 달라져 버린 상대의 마음을 슬퍼하는 얘길 노래했는데, 보통 이런 역설적인 정서는 우리 나라 고유의 것으로 특수하게 더 짙은 감정을 우려낸다.
노래를 듣다 보니, 가사엔 사랑의 순수성에 대한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이 느껴졌다. 분명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지만 진심이 아니라면 싫고, 그래서 애써 붙잡지도 못한다. '진달래꽃'은 마음이 변한 연인의 떠나는 길에 진달래꽃을 뿌리며 배웅을 할 만큼 이별 앞에도 순애보적이지만, '그냥'은 '사실 난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오히려 미워해 싫어해'라고 반대편의 마음을 꺼내 버리곤 초라해 지고 싶지 않다며 일어나 버린다. 현대식으로 해석된 표현과 사랑의 방식이다. 하지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구절엔 눈물이 가득 흐르는 것 같고, '그냥 지나가라'는 그 말이 '내 옆에 머물러 달라'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은 2015년에 새롭게 태어난 '진달래꽃' 같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별은 슬프고, 짝사랑은 아프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표현됐기에 감정은 배가 됐다. 자이언티과 크러쉬의 가능성을 여기서 찾는다. 이들이 쓴 가사는 꽤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별다를 것 없는 표현들이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김소월 '진달래꽃'의 감성을 관통해 냈다.
더불어 자이언티와 크러쉬의 목소리 역시 정체성이 확실이 살아 있다. 흡사 전자음을 연상케 하는 자이언티의 목소리에는 기민하면서도 독특해서 톡톡 튀다가 귀에 착착 달라 붙는다. 크러쉬의 그것엔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년의 순수함과 인생을 다 살아 본 듯한 노년의 진중함이 공존한다.
[프로젝트 그룹 자이언티&크러쉬.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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