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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할만했다. 영화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이 보여준 연쇄 살인마는 '역대급'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잔인했고, 흉악했다. 서서히 번지는 입가의 미소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살인의뢰’는 연쇄 살인마에게 여동생을 잃은 형사와 아내를 잃은 남자의 극한 분노가 빚어내는 범죄 스릴러다. 배우 김상경이 동생을 잃은 형사 태수 역을, 김성균이 아내를 잃은 은행원 승현 역을 맡았다. 그리고 박성웅이 10명의 부녀자를 죽인 연쇄 살인범 강천 역을 맡았다.
강천은 부녀자 10명을 잔혹하게 살인한 살인마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은 물론, 상대에 대한 동정심, 고통 따위 느끼지 않는 인물이다. 살인을 저지를 때의 잔혹함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우연한 사고로 연쇄 살인범이라는 것이 발각됐고, 사형 선고를 받지만, 간수들 조차 무서워하는, 더욱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이런 강천을 연기한 배우는 다름 아닌 박성웅. 영화 ‘신세계’의 조직 서열 3위 이중구, ‘황제를 위하여’ 속 사체 조직의 황제 정성하 등 그동안 묵직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박성웅이 이번에는 연쇄 살인마로 변신했다.
강천은 말이 많지 않다. '살인의뢰' 속 강천의 대사를 다 더해도 A4 한 페이지의 분량도 되지 않을 정도다. 표정과 몸짓 만을 이용해 강천의 잔인함과 극악무도함을 표현해야 했다. 이것은 오롯이 강천을 연기한 박성웅의 몫이었고, 박성웅은 강천을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강천을 완성 시켰다. '역대급' 살인마로 말이다.
말이 없는 강천에게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표정과 몸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천에게는 표정도 없다. 강천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표정은 단 두 가지다. 웃거나 없거나. 아무런 표정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것도 섬뜩하지만, 더욱 소름을 돋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강천의 미소다. 살인을 저지른 후 보여주는 미소나, 피해자들의 고통 앞에서 보여주는 미소는, 악마(라는 존재가 있다면)도 몸서리치게 만들 것이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는 강천은 무엇으로 인해 역대급 살인마가 됐을까. 이는 바로 박성웅이다. 박성웅으로 인해 '살인의뢰'는 촘촘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비결이 됐다. 박성웅이라는 묵직한 존재는 영화의 잔인함을 상승 시키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결말과 함께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셈이다.
박성웅이라는 존재와 함께 강천을 역대급 살인마로 만드는 것은 전사(前事)가 없는 강천이라는 인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킬레스건이 있다. 아무리 냉정하고 극악무도한 인물이라고 할 지라도 어느 지점에서 만은 유약한 부분이 있다. 그 한 곳을 건들었을 때 캐릭터의 무결점은 무너지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아킬레스건은 영화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강천은 전사가 없다. 그로 인해 아킬레스건을 유추할 수 없다. 이는 손용호 감독의 의도였다. 손 감독은 2일 진행된 '살인의뢰'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강천에게 사연을 넣어서 도망갈 곳을 주고 싶지 않았다. 뭔가 큰 산같은, 진짜 나쁜놈 같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을 해서 강천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 감독의 의도는 100% 영화에 담겨졌다.
'살인의뢰'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아 냈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지 3년이 지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해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또 다른 포인트가 있다. 강천이라는 인물이다. 어쩌면 흔한 스릴러, 혹은 복수극, 혹은 연쇄 살인마를 다룬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살인의뢰'를 '조금은 다른' 작품으로 만든 것은 바로 강천이라는 캐릭터다. 강천은 '살인의뢰'를 특별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러닝타임 102분. 청소년관람불가. 오는 12일 개봉 예정.
[영화 '살인의뢰' 포스터, 스틸컷. 사진 = 씨네그루㈜다우기술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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