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오키나와리그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약 20여일간 진행된 오키나와리그가 3일 LG-넥센전을 끝으로 종료됐다. 올해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팀은 삼성 넥센 LG SK 한화 KIA 등 총 6팀. 팀당 10경기 내외를 치르며 훈련 성과를 점검했다. 국내 6개구단은 세이부, 주니치, 한신, 라쿠텐, 야쿠르트, 히로시마, 요코하마 등 평소에 맞붙기 힘든 일본 구단들과도 직, 간접적으로 실력을 겨뤘다.
▲자율훈련과 지옥훈련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6팀의 훈련 스타일은 모두 조금씩 달랐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를 통해 4년만에 KBO리그에 컴백하면서, 훈련량이 다시 한번 화두에 올랐다. 김 감독의 한화는 강인한 훈련으로 중무장했다. 아침 일찍부터 야간까지 훈련이 진행됐고, 휴식일에도 사실상 훈련이 이어졌다. 연습경기 이후에도 잠깐의 휴식 후 파트별 훈련이 계속됐다. 개개인의 한계점까지 몰아치는 훈련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게 김 감독 강훈의 실체. 오키나와를 찾은 해설위원들은 “분명 한화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화와 대척점에 선 팀은 역시 넥센. 오키나와에 가장 늦게 들어왔다. 미국 애리조나에서도 오전에 하루 훈련을 다 끝냈고, 오후에는 각자 필요한 훈련에만 자율적으로 임했다. 오키나와에서도 마찬가지. 오키나와 곳곳에 베이스캠프를 정한 5팀과는 달리, 5팀과 일본 구단의 베이스캠프를 찾아가 원정 경기만 6차례 치렀다. 심지어 실전만 치르고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염경엽 감독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 그는 “훈련량이 적은 게 아니다. 각자에게 필요한 훈련은 애리조나에서부터 충실히 해왔다. 필요하지 않는 훈련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의 선택과 집중도 일리가 있다.
▲한일 수준차이
일본 실업팀과의 맞대결을 제외한 한국과 일본 프로구단들의 맞대결 전적은 6승2무14패. 미야지키와 가고시마에 캠프를 차린 두산, 롯데 KT의 일본구단 상대전적,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삼성과 소프트뱅크의 맞대결까지 포함해도 10승2무17패. 최근 몇 년간 국내 구단들은 오키나와리그서 일본 구단들에 비교적 선전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스타트 시점이 빨라 일본 구단들보다 경기감각이 더 많이 올라온 상황서 맞붙는 경우가 많았다. 또 몇 년 전만해도 일부 일본 구단들이 한국 구단을 만나면 약간 느슨하게 임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구단들은 국내 구단들과의 경기를 느슨하게 치르지 않는다. 오히려 전력 점검의 호기로 삼고 베스트라인업에 가까운 멤버들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구단들의 공세에 한국 구단들이 당해내지 못했다. 주전 타자들의 수준은 큰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역시 마운드 무게감에선 격차가 있었다. 국내 구단들은 여전히 1군 주요 투수들과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가는 투수들의 실력 격차가 크다. 오키나와리그에 참가한 대부분 구단들은 3~5선발과 필승조 세팅에 고민을 거듭했다. 팀별로 좋은 국내투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 한 해설위원은 “일본 투수들은 팀내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 제구력은 한국 투수들보다 평균적으로 월등히 낫다. 일본구단들은 시범경기를 코 앞에 앞두고 투수 부족으로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고 했다. 국내 구단들이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투수를 내면 정교한 일본 타자들에게 그대로 난타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14패 중 6패가 10점 이상 내주고 진 게임.
물론, 모든 일본 구단의 경기력이 인상적인 건 아니었다. 일부 구단은 여전히 국내 구단과의 경기에 느슨하게 임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외야 펜스플레이가 전혀 되지 않아 2루타를 3루타로 둔갑시켰고, 수비 콜 플레이와 중계 플레이 미스. 기본적인 송구 실책으로 아쉬움을 샀다. 해당 경기서 국내구단은 승리했지만, 내용에서 얻은 교훈은 없었다.
▲뉴 페이스
스프링캠프는 뉴 페이스를 발굴하고, 활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6팀은 오키나와리그를 통해 뉴 페이스들의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역시 오키나와리그 최고 뉴페이스는 삼성 구자욱. 류중일 감독은 그를 캠프 MVP로 꼽으면서 “1경기 정도를 빼놓곤 거의 대부분 경기서 안타를 쳤다”라고 했다. 실제 구자욱은 9경기서 38타수 18안타(2홈런) 타율 0.474 6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무릎 수술로 개막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채태인을 대신해 1루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준 KIA 임기준과 SK 백인식, 상무 마무리투수 출신으로 선발로 이동한 한현희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넥센 김정훈, 한화 정대훈, 허유강, 김민우 등 저연차급 투수들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이들 모두 시범경기서도 시험대에 오른다. 언젠가 맞이할 고비를 넘어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비
오키나와는 연중 고온다습하다. 또 스콜성 소나기가 수시로 내린다. 오키나와에는 최근 열흘간 비가 굉장히 자주 내렸다. 지난달 23일부터 현장에서 오키나와리그를 취재한 기자도 하루 정도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 비를 구경했다. 실제 연습경기 시작 시각 전후로 한여름 폭우 수준의 강력한 비가 내린 적도 있었다. 오키나와리그 마지막 주에는 적지 않은 경기가 열리지 못하거나 파행 운영됐다. 때문에 일각에선 오키나와리그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차라리 1차 캠프지로 각광받는 미국 애리조나 체류 기간을 늘려 리그를 창설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애리조나는 2~3월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애리조나리그 창설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 구단들의 미국체류 연장으로 인한 비용 증가, 훈련장 확보 등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여전히 국내와 멀지 않은데다 연습상대가 많다는 점, 경기장소 이동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이 있다. 국내구단과 일본구단이 참가하는 오키나와리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키나와 리그 장면. 사진 = 일본 오키나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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