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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6년 만에 돌아온 가수 서태지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태지는 자신의 이름 석자로 많은 것을 증명해 낸 뮤지션이다. 그룹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을 비롯해 은퇴 이후 컴백해 솔로로 활동한 서태지의 발자취는 그 존재 만으로 한국 가요계에서 굵직한 선을 그어냈다.
언제나 신비했으며, 때문에 많은 소문들을 몰고 다니는 그가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하고 대중들을 만났다. 이번엔 특히 예전과는 달랐는데 결혼과 출산 이후 활동이라 이번 활동에선 서태지의 개인사 및 탈신비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른바 '탈신비주의'의 일환으로 서태지는 KBS 2TV '해피투게더'를 통해 활동 포문을 열었다. 이전 서태지의 행보를 고려해 볼 때 이례적인 걸음이었다.
더불어 그가 토크쇼에 나와서 아내 이은성의 이야기를 하고, 딸 삐뽁일 떠올리며 눈이 하트가 되는 모습을 본 대중들은 한 인간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서태지를 만났다. 6년 만에 돌아온 서태지는 90년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의 모습이 아니라, 대중들과 함께 성장한 한 뮤지션의 모습이었다. 서태지가 SNS를 통해 딸 삐뽁이의 사진을 공개한 건 이 같은 변화를 가장 결정적으로 대변했던 대목이다.
이후에도 서태지는 MBC '무한도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6'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통해 조금 더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다가섰다. 그 어떤 활동보다 많은 공연의 무대에 섰고, 팬들과의 소통도 열었다. 몇 번의 방송 출연과 활동으로 그 간의 신비주의가 단번에 깨진 것은 아니었지만 서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은 채 활발하게 활동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에서 6촌 형인 가수 고(故) 신해철의 죽음에 눈물을 삼켰던 서태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컴백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서태지는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2000년대에도 물론 앨범을 냈지만 그게 대중적인 건 아니었고 매니악(maniac)한 음악이었다. 대중을 버리게 된 셈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미안했다. 과거 나를 좋아했던 분들이 어렵다는 이유로 내 음악을 안 듣기 시작해 안타깝다. 그러나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자리에서 음악을 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이번 9집은 심오한 과정이 있었다. (가십면에서) 제가 떡밥을 많이 던지고 진수성찬을 차렸다. 그것 가지고 재미있게 얘기들을 하는데 중요한 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십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관심들 덕분에 제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다면 악플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서태지의 활동에선 음악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서태지의 9집 앨범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은 근래 어떤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롭고 참신한 사운드였다. 대중적으로 신드롬적인 흥행을 이루진 못했어도 음악적인 면에서 진일보한 트랙들이 담긴 앨범이다.
서태지는 작곡, 작사를 비롯해 녹음부터 프로듀싱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뮤지션이다. 서태지와아이들 시절 '하여가'에 태평소 소리를 삽입했던 건 장르적 크로스오버의 첫 걸음이었다. 서태지는 음악에서만큼은 단언컨대 실험가이자 발명가다.
지난 1일 앙코르 콘서트를 통해 서태지의 활동이 마무리 된 현재, 서태지에겐 지난 활동보단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활동을 통해 팬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을 밝힌 서태지가 향후 활발하고 꾸준한 활동을 진행하길 기대한다. 비슷한 사운드와 유행요소만을 갖춘 멜로디로 가득 찬 현 국내 음악시장에서 서태지가 조금 더 친숙한 뮤지션의 입장에서 새로운 음악들을 소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스스로를 '음악 문익점'으로 칭했던 것처럼 말이다.
[가수 서태지. 사진 = 서태지컴퍼니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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