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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김성균이 돌아왔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 전성시대'의 강렬한 이미지도,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코믹함도 없다. 영화 '살인의뢰' 속 김성균은 스릴러 영화에서 살인범에게 아내를 잃은 피해자 승현 역으로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살인의뢰'는 연쇄 살인마에게 여동생을 잃은 형사와 아내를 잃은 남자의 극한 분노가 빚어내는 범죄 스릴러다. 단적인 줄거리만 봤을 때 김성균의 역은 살인범일 것이라 예상했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다. 그것도 범접할 수 없는 살인마에게 아내를 잃은 피해자다.
'살인의뢰'의 김성균은 평범하다. 성실한 은행원이자 예쁜 아내를 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소시민이었다. 동료를 위해 야근을 대신하고, 스마트폰 메신저로 아내와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모습은 그동안 김성균의 이미지와 다소 이질감이 있었지만, 스크린 속 김성균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본래 그곳에서 살았던 모습이다.
김성균의 스토리만 본다면 '살인의뢰'는 멜로다. 이미 죽었지만, 그런 아내라도 찾기 위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멜로영화였다. 비슷한 장르지만 다른 역할인 김성균. 어떤 것이 김성균을 '살인의뢰'로 이끌었는지, 김성균에게 있어서 승현은, 또 아내(윤승아)는 무엇이었는지 들어봤다.
▲ 이하 김성균과 나눈 일문일답.
-'살인의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사건 3년 전, 후의 이야기가 나뉜다는 거, 3년 전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군더더기 없이 사건들이 일어나고 하는 것들이 재미있었다. 피해자들의 심리적인 변화에 초점이 가 있는 부분이 한번 도전해 볼만 하다 싶었다.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기존과 다른 이미지다. 이런 변신이 '살인의뢰'를 선택하는 것에 영향을 준 것인가.
그렇다. 기존에 영화에서는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이 많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라서(선택한 것도 있다). 그 전에는 좀 많이 안 해본 역할이다. 언젠가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도전이었다.
-강천 옆의 승현. 박성웅으로 인해 더 피해자의 모습이 극대화 된 것 같다.
박성웅 선배로 인해 부담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남잔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하. 박성웅 선배가 맡은 강천 앞에 가니까 저절로 유약해 질수밖에 없었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무기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지막 살인범과 만났을때는 이 사람을 죽여야 겠다는 생각보다 이 장소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것 같다. 현장에서 느꼈던 것이다.
-그런 변화들이 미묘해서 더 어렵진 않았나.
어려웠다. 어쨌든 바뀌긴 한데, 승현이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용기를 냈지만 실행하는 모습은 어떨까에 대해 생각했다. 멋있게 싸우고 싸늘한 눈빛 등 멋있게 하고 싶었지만, 승현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년이 지났지만 3년 전의 승현과 지금은 같은 사람이어야지 전혀 다른 사람이면 안됐다.
-악역도 힘들지만 피해자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다.
힘들었다. 계속 가슴이 아프게 스스로를 만들고 현장에 갔다. 처음에는 어떻게 기능적으로 해낼까 생각을 했는데 답이 안 나왔다. 결국은 내가 최소한이더라도 가슴이 아픈 상태로 해야 했다. 피해자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닮아 있어야겠다 싶었다. 계속 그런 생각만 했다.
-김성균은 작품에서 사랑과 좀 먼 것 같다. 이번에도 사랑 좀 하려고 했더니 아내가 죽고.
사실 두 사람(윤승아와)이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부터 미스터리다. 윤승아와는 본 촬영 전에 소품 사진 찍으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그때 이 친구를 만나면서 털털하고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씩 현장에서 만나도 좋았다. 다정한 신이 있었는데 편집됐다. 속상하다. 하하.
-그래도 승현 입장에서는 멜로가 아닌가.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멜로.
좋은 표현 같다. 찍으면서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도 찍었던 것 같다. 내 가족, 사랑하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승현을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어떤 감정이었나.
사랑하는 사람이 행방을 알 수 없는 것과 정말 죽이고 싶은 이놈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답답함이었다. 죽고 싶은데 죽을 수도 없는 환경까지 만들어지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답답했다. 외롭고 춥고 이 무서운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몇년 씩이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힘들었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빨리 찾아서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후유증은 없었나.
계속 우울했다. 찍는 동안은 계속 우울했다. 누가 말만 하면 눈물이 나고, 그래서 뽀로로를 보면서 울었다. 혼자 TV를 보고 있으면 우울하고 그랬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연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지 않는가. 내 기억속 조각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더라.
-악역을 많이 했는데 박성웅의 악역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강천은 박성웅 선배만 할 수 있는 악역인 것 같다. 내가 했으면, 이렇게 무시무시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싸움 못하는 살인범이다. '이웃사람'에서 나는 벌레 같은 악역이었다면, 박성웅 선배는 본인의 장점이 극대화된 악역이었다. 내가 넘볼 수 없는 산이었다. 내가 넘볼수 없는 악역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이어 두 번째로 포스터에 얼굴이 나왔다.
아직도 '이게 꿈이야?'라는 생각을 한다. 시사회 할 때 내 얼굴이 선배님들과 같이 걸려 있는 배너 같은 것을 보는데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는 공간에 와 있는 생각이 지금도 문득문득 든다. 매번 깜짝 깜짝 놀란다. 현장에서 촬영할 때는 못 느끼다가 이런 행사에 오면 '배우가 됐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 평생 배우를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배우 김성균.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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