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자랜드는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대부분 농구관계자가 SK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전자랜드의 압승이었다. 5전3선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 선승. 전자랜드는 심리적 우위와 안정감을 갖고 11일 2차전에 임할 수 있다. 단기전서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요소. 더구나 SK는 주포 애런 헤인즈가 1차전 도중 발목에 부상했다. 2차전서 출전한다고 해도 100% 경기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전자랜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전자랜드표 반전드라마가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낙관할 순 없다. 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그리고 SK 전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객관적인 전력을 감안할 때, 6강 플레이오프 잔여 4경기서 전자랜드가 SK를 상대로 2승을 보태는 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3점슛 14개의 의미
전자랜드의 1차전 승인은 3점슛 14개다. 24개를 던졌다. 무려 14개를 림에 꽂았다. SK는 12개 던져 단 3개만 적중했다. SK보다 무려 2배가 많았던 시도. 성공개수는 4배를 넘었다. 정영삼 정효근 차바위가 3개, 리카르도 포웰이 2개, 김지완 정병국 이현호가 1개 성공. 전자랜드는 이길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슛 감이 좋았다고 봐선 안 된다. 우연도 아니다. 전자랜드의 3점포는 철저히 계산된 산물. 다시 말해 치밀한 준비의 결과물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SK는 스위치 수비에 능한 팀”이라고 했다. 장신 포워드들이 많지만, 발이 그렇게 느리지 않다. 유 감독은 1차적으로 여기서 승부를 걸었다. SK 외곽수비수들이 스위치를 하는 순간의 틈을 활용, 기습적으로 3점포를 노리는 전략을 썼다. 더 많은 움직임이 필수. 차바위는 “스위치 수비는 순간적으로 틈이 생긴다. 그 사이 발만 맞추면 곧바로 3점슛을 시도하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1차전서 SK의 스위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외곽수비 움직임이 촘촘하지 않았다. 준비된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은 무자비하게 3점포를 꽂았다. 또한, 골밑과 외곽에서 스크린을 적절히 활용, 외곽 찬스를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발 빠른 가드들의 활발한 패스 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었다.
또 하나. 전자랜드가 시도한 3점슛 24개 중 완벽한 오픈 찬스가 아닌 상황도 있었다. 현대농구는 상대가 기계적인 로테이션 수비를 할 경우, 완벽한 와이드 오픈찬스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찰나의 틈을 정확한 슈팅으로 공략하는 게 고급농구. 전자랜드 역시 일부 불안정한 폼으로 던진 3점슛이 많았다. 그럼에도 적중률이 높았다. 차바위는 “평소 그런 상황에서 슛을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 준비를 얼마나 치밀하게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SK 문경은 감독은 “외곽수비를 강화하겠다”라고 했다. 적어도 1차전처럼 느슨하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3점슛은 그 자체로 2점슛보다 확률이 떨어진다. 2차전서 1차전처럼 24개의 3점슛을 던진다고 해서 14개나 림에 적중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유 감독은 “현실적으로 외곽에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라고 했다. 골밑에서 미스매치로 고생할 수밖에 없는 선수구성. 유 감독은 “골밑에서 1대1 득점이 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라고 했다. 테런스 레더가 코트니 심스를 확실히 요리하지 못한 건 전자랜드로선 걸리는 대목. 엄밀히 말하면 외곽슛에 극도로 의존한 전자랜드의 1차전 공격 형태는 정상이라고 볼 순 없었다.
▲헤인즈 변수
SK는 1차전을 내준데다 헤인즈마저 발목에 부상했다. 전자랜드는 심리적 우위를 갖고 2차전에 나설 수 있다. 주포 리카르도 포웰이 코트니 심스를 의도적으로 외곽으로 끌고 나온 뒤 1대1로 압도한 것도 고무적이다. 유 감독이 말한 골밑 득점은 이 부분에서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헤인즈가 2차전서 결장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어떻게든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SK는 심스만으로는 불안하단 걸 확인했다. 헤인즈가 괴력을 발휘할 경우 SK 전력은 여전히 전자랜드에 비교 우세. 전자랜드가 1차전서 15점차 압승을 거뒀지만, 소나기 3점슛에 후반전 헤인즈가 거의 뛰지 않았음에도 경기종료 3~4분여 전까지 5점 내외의 불안한 리드였다. 반대로 말하면 SK 저력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
또 하나. 1차전을 내준 SK는 위기에 봉착했다. 초비상이다. 헤인즈의 부상까지 겹쳤다. 국내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심리적으로 엄청난 각성을 할 가능성이 있다. 전자랜드의 1차전 승리는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된 결과였지만, 기본적으로 맨투맨 상황에서 신장의 불리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골밑에 과감히 몸을 날린 국내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였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반대로 2차전서는 위기의식을 가진 SK가 그런 마인드로 중무장할 수 있다.
전자랜드의 1차전 승리. 의미가 컸다. 철저한 준비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전자랜드표 반전드라마는 완성되지 않았다. 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전자랜드 선수들(위, 가운데), 헤인즈와 전자랜드 수비(아래). 사진 = 잠실학생체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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