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염경엽 감독이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는 강팀 반열에 완전히 오른 넥센을 보여주는 한 부분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자타공인 10개 구단 최강 타선을 자랑한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진출하기는 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쉬어갈 타순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하위타순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전 라인업을 대부분 확정한 상황이다. 테이블세터는 지난해와 다름없이 서건창-이택근이 맡으며 3번과 4번 역시 유한준과 박병호가 자리를 지킨다.
강정호가 빠진 5번 타자로는 지난해까지 6번 타자를 맡은 김민성이 나선다. 6번 타자는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브래드 스나이더가 맡는다. 9번은 박동원. 아직 7, 8번만 지명타자와 유격수 자리를 놓고 유동적인 상황이다.
유격수로는 윤석민, 김하성, 김지수가 나서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다른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주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백업'이란 말을 쓰기도 아까운 선수들이 남아 있다. 문우람, 박헌도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구단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강지광도 있으며 우여곡절 끝에 FA로 남은 이성열도 있다.
또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고종욱, 어느 포지션에 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서동욱도 언제든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상 한 자리를 놓고 파이를 나눠 가져야 한다.
염경엽 감독이 행복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염 감독은 문우람을 대표적으로 언급하며 "지난해와 활용도가 비슷할 것 같다. 안타깝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다 쓰고 싶은데 자리가 한정돼 있으니…"라며 주전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백업 선수들이 많이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나타냈다.
2013년 69경기에서 타율 .30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문우람은 지난해 122경기에 나서 타율 .284 6홈런 43타점 46득점으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122경기였지만 324타수인 것에서 보듯 완벽한 주전은 아니었다.
이어 염 감독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선수들에게 언제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선수들로서는 아쉽겠지만 포기를 안하도록 잘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만족감은 감추지 않았다. 그는 "백업이 성장하면서 팀이 성장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결국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 위기 대처능력도 좋을 수 밖에 없다.
이제 넥센은 몇 명의 스타 선수들만이 아닌, 백업 선수 역시 다른 구단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는 구단이 됐다. 염경엽 감독이 백업선수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내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넥센 염경엽 감독과 문우람.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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