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 경기라고 생각하겠다.”
잠실에서 SK에 2연승을 거둔 전자랜드. 2차전 직후 유도훈 감독의 코멘트는 의외였다. 그는 “SK가 준비를 많이 했다.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그러면서 “오늘은 우리가 진 경기라고 생각하고 다시 잘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5전 3선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서 먼저 2승을 거머쥔 상황. 분명 전자랜드는 SK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실제 5전 3선승제 6강 플레이오프서 2연패 후 리버스 스윕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그런 기록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SK는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라고 경계했다.
▲느슨한 마인드의 위험성
전자랜드는 1차전서 3점슛 14개를 꽂으며 SK를 격침했다. 운도 섞였지만, 스크린을 활용한 외곽 플레이는 철저한 준비의 결과물. 그런데 2차전서는 변수가 많았다. SK 전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애런 헤인즈의 결장. 분명 전자랜드에 호재였다. 전자랜드 선수들 입장에선 마음을 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2차전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렇진 않았다.
유 감독은 경기 전 “그런 정신력은 비 시즌부터 항상 강조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골밑 높이가 낮은 전자랜드는 승리를 위해 많은 활동량이 기본적으로 깔려야 한다. 승리에 대한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은 필수요건. 이런 부분들이 철저히 이행되면 유 감독 특유의 전술이 더해져 모비스, 동부 등 강팀을 잡는 저력도 발휘됐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KCC, 삼성에 패배했다. 거의 매 시즌 6강 플레이오프를 치렀지만, 순위싸움은 항상 피 말렸다. 상위권 팀을 상대로 선전하면서도 하위권 팀에 헌납한 승수도 많았기 때문. 유 감독은 그 뼈아픔을 아는 사령탑. 단기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1승만 보태면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지만, 유 감독은 전자랜드 전력상 느슨함은 곧 패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잘 된 부분보다는 잘 안 된 부분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작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전자랜드는 2차전도 잘 치렀다. 1차전만큼 외곽슛이 시원스럽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심스 수비에 대한 많은 준비를 한 흔적이 드러났다. 하지만, 유 감독은 “포웰이 경기를 들었다 놨다 했다”라고 돌아봤다. SK가 3쿼터 국내선수들로 반격했을 때, 더블팀을 당한 포웰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것. 또한, 유 감독은 “2점 게임은 가드들도 해야 한다. 정병국, 김지완 등이 스톱 슛(돌파 후 레이업이 아닌 중거리 뱅크슛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익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겼지만, 불안했던 부분을 더 높은 경기력으로 메워내겠다는 의지. 유 감독의 “진 경기”는 이처럼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역설적으로 유 감독의 그 절박한 마인드가 전자랜드 생명력의 근간이다.
▲현실적 위험요소
유 감독이 마음을 놓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SK는 2차전서 헤인즈가 결장했다고 해서 마냥 약하지는 않다는 게 입증됐다. 심스 수비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지만, 오히려 SK가 3쿼터 국내선수들만으로 나섰을 때 공수 움직임과 제공권이 살아났다. 유 감독조차 “심스가 없었을 때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다”라고 했다. 특히 박승리, 김민수 등 SK 국내선수들의 포웰 더블팀 수비는 위력이 있었다. 3차전을 앞둔 전자랜드로선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벼랑 끝에 몰린 SK의 전투력 상승 가능성도 위험요소. SK는 확실히 1차전보다 2차전서의 전투력이 좋았다. 헤인즈가 결장하면서 생긴 위기의식이 경기력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SK는 1경기만 더 지면 올 시즌을 접어야 한다. 그 절박함이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이어져 경기력 저하의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벼랑 끝에서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전자랜드로선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전자랜드는 여전히 장기전이 부담스럽다. 평균신장이 낮기 때문에 기본적인 활동량이 SK보다 많다. 유 감독도 “우리가 상대보다 많이 뛰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3차전이 열리는 13일은 6일간 3경기를 완성하는 시기. 전자랜드의 체력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서 3차전을 내줄 경우 6강 플레이오프 전체적인 흐름을 넘겨줄 수 있다. 전자랜드로선 이래저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진 경기라고 생각하겠다”라고 말한 유 감독 발언이 이해가 된다. 방심하는 순간, 전자랜드의 생명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도훈 감독(위),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잠실학생체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