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표 DJ 배철수, 아이돌 향해 따끔 조언 "無감동"(종합)

"'음악캠프'는 내 삶, 친구이자 애인"

"한국 아이돌 노래, 감동 못 느껴"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 대표 DJ로 불리는 배철수가 아이돌가수 위주의 K팝을 향해 따끔한 조언을 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진행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배철수는 한국 아이돌가수의 노래에 "큰 감동을 못 느낀다. 내가 감동 느끼는 음악은 다른 음악"이라고 밝혔다.

배철수가 25년간 이끈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한국을 대표하는 팝음악 전문프로그램.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 이래 하루 2시간씩 만 25년, 총 1만8천 시간 이상 방송을 계속한 것으로 동일 타이틀, 동일 DJ의 음악 방송으로 국내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음악캠프'가 "이제는 내 삶 자체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라며 배철수는 "나한테서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떼어내면 남는 게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배철수는 DJ를 그만둔 이후의 삶을 "매일매일 생각한다"면서도 "소용 없더라. 지금도 '이따 올라가서 방송해야지'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DJ를 물려주고 싶은 인물이 있는지 물었을 때에도 "MBC와 청취자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내 욕심대로라면 프로그램이 영구 폐지했으면 한다. 운동선수들도 위대한 선수들 번호는 영구 결번 아니냐"고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메탈리카부터 딥퍼플까지 숱한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스튜디오에 초대했던 배철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 리한나를 꼽으며 "이전까지는 비욘세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리한나가 다녀간 뒤로 바뀌었다. 그 친구는 몸매가, 특히 뒤태가 예술의 경지"라고 특유의 느긋한 말투로 너스레 떨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K팝, 특히 아이돌 음악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아이돌 음악은 오고가며 듣게 된다는 배철수는 "SNS에서 히트된 EXID의 '위 아래'는 하도 화제가 되는 직캠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봤다"며 "선정적이더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듣는 음악과 보는 영화, 책 등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좋아서 그러는 것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직업적으로 하게 된다. 그 음악에서 큰 감동을 느끼진 못한다. 제가 감동을 느끼는 음악은 다른 음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아이돌가수 중 소녀시대 태연이라든가 씨스타 효린처럼 노래 잘하는 친구를 보면 '노래 잘한다'고 생각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크게 감동을 느끼는 것 같진 않다"고도 말했다.

무엇보다 K팝의 '장르적 다양성'에 아쉬워하며 "한류 열풍이 한창이고 우리 가요가 많이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특정 장르의 음악만 세계적인 게 됐다"며 "음악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성 측면에서 조금 미진하지 않나 싶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팝음악만 소개하는 까닭에 과거에는 "미국 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란 비난도 받은 적 있다는 배철수는 "극단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팝음악을 단순히 영국,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생각하는 건 옛날 생각이다. 20세기의 중요한 문화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방송에 소개되는 음악은 90% 이상 방송 전 먼저 듣고 내보낸다는 배철수는 "청취율 1등은 아니지만 좋은 프로그램이란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방송되는 음악들도 정말 좋은 음악들만 나간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연출자 정찬형 PD는 "음악을 파일로 내려 받아 저장해서 듣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음악캠프'는 순서대로 음악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음악 감상과 DJ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팝음악이 있는 리얼리티 쇼와 같은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5주년 기념 특별 생방송 'Live is Life'를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MBC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청취자들을 초대해 진행한다. 이승환밴드, 부활, 넥스트, 시나위,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강산에밴드 등 12팀이 참여할 예정.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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