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캠프 때 투구와 캐치볼 하는 것 보고 '이거 되겠나' 싶었는데 청백전에서 (최고 구속)150km 찍더라고요. 역시 '알아서 잘 만드는구나' 싶었죠."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5년째 두산맨인 니퍼트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투구뿐만 아니라 '팀 퍼스트' 정신 또한 합격점을 주기 충분하다.
니퍼트가 누구인가. 지난 2011년 두산에서 한국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고,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107경기에서 52승 27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고, 필요할 때는 구원 등판도 마다치 않았다. 시즌 중에는 직접 투수조 미팅을 소집하는 등 리더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이젠 외국인 선수보다 두산의 일원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올 시즌에는 2차례 시범경기에 등판, 1승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전날(12일) 한화전에 구원 등판해 승리를 따냈는데, 4이닝을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7회 실점이 다소 아쉽긴 했으나 4회부터 6회까지는 볼넷 하나만 내주며 노히트 피칭을 선보였다. 최고 구속 151km에 이르는 직구는 살아 움직였고,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니퍼트의 행동 하나하나에 프로다움이 묻어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니퍼트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수교대 때마다 더그아웃 앞에서 야수들을 기다렸다가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모습은 니퍼트의 전매특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포수 양의지를 불러 세우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5회말 이용규의 땅볼 때 베이스커버가 늦어 주자를 살려줄 뻔했는데, 1루수 김재환에게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첫 시범경기인 지난 7일 삼성전서는 3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으나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나왔다. 시범경기는 기록에 드러나는 수치보다 내용에 더 중점을 둔다. 당시 니퍼트의 최고 구속은 150km. 제구가 다소 높게 형성되긴 했으나 구위에는 합격점을 주기 충분했다.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남발하거나 집중타를 얻어맞는 타입의 투수는 아니기에, 다소 높게 형성된 제구에 큰 우려를 나타낼 필요는 없었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시범경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8.00(9이닝 8자책)으로 좋지 않았다. 첫 등판인 지난해 3월 18일 NC전서 3이닝, 닷새 뒤인 23일 SK전서 6이닝을 소화하며 각각 4실점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서는 30경기에서 14승 7패 평균자책점 3.81로 제 몫을 해냈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 에이스로서 역할을 잘해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현 시점에서 151km까지 찍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전지훈련 기간에 몸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얘기다. 김 감독이 "알아서 잘 만드는구나 생각했다"라고 믿음을 드러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지난 3일 미야자키 청백전을 시작으로 보완할 점을 하나 둘씩 지우고 있다. 전날은 지난 등판서 아쉬움을 남긴 변화구 제구를 한층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다음 등판에서는 더 좋은 내용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니퍼트는 잘해왔다. 많은 이들이 위기론을 제시할 때마다 우려를 기우로 바꿨다. '역시 니퍼트'라는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4년간 그랬다. 전·현직 감독들은 "최소 3년간 보여줘야 에버리지(평균치)가 형성된다"고 입을 모은다. 니퍼트는 4년간 한결같았다. 올해도 니퍼트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더스틴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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