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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 힐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나빠서도 미운 아이여서도 아니야. 그건 그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진수완 작가가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나 싶다.
12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 연출 김진만 김대진)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옷을 입고 있지만, 내면은 아동 학대를 소재로 다룬 무겁고 또 조심스러운 드라마였다.
오리진(황정음)은 아동 학대의 피해자였고, 차도현(지성)은 리진의 친구였으나 동시에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도현의 인격이 갈라진 건 어릴 적 학대의 비극에서 친구 리진을 구해내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학대의 가해자가 도현의 아버지 차준표(안내상)였다.
진수완 작가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세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첫째, 방관하지 말 것, 둘째, 자책하지 말 것, 셋째, 살아갈 것.
"한 사람의 영혼이 파괴되는 학대 현장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어.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그 셋 중에 하나만 없으면 불행은 일어나지 않아."
신세기(지성)가 리진과의 대화에서 어머니 신화란(심혜란)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던 대사다. 학대를 방관하지 말라는 메시지. 아동 학대의 현장, 눈을 더 넓혀 학교 내 왕따 문제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면 사실상 같은 공간의 나머지는 방관자다. '나와 관련 없는 일'로 치부하는 순간, 모두가 방관자가 된다는 것, 방관하지 않는다면 학대는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내가 너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때 그 아저씨가 너한테 화를 낸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나빠서도 미운 아이여서도 아니야. 그건 그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그러니까 이제 아파하지도 말고, 겁먹지도 마. 응?"
리진이 나나 인격을 만나 전한 말이다. 나나는 학대를 당하던 어린 시절 리진 자신이었다. 학대에 상처 입은 이들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잔혹한 어른들은 학대의 책임이 마치 피해자에게 있는양 떠들기도 하지만 그건 틀렸다는 것. 결코 자책하지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였다.
"우리한테 용서와 이해를 강요하지 마세요. 만일 내가 당신을 용서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면,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 때문일 거야. 왜냐하면 이 사람은 당신 대신 평생을 내게 미안해했고 용서를 빌었고 보호해줬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기다리세요."
용서에 대한 메시지다. 준표는 무릎을 꿇고 리진에게 지난 잘못을 사죄하며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내가 살아서 눈을 뜬 건 너의 생사를 확인하고 속죄를 하고 싶어서였을 거야"라고 했다. 그러자 신세기가 준표에게 분노했고, 리진은 세기를 말리며 "용서와 이해를 강요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피해자에게 용서는 강요될 수 없다는 것, 용서란 쉽게 옮길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는 의미의 대사였다.
그리고 진수완 작가가 전한 가장 의미 있는 메시지 중 하나가 리진의 대사에서 나온다. 도현을 안요섭 인격으로 착각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줄 오해한 리진은 그를 붙잡고 눈물을 하염없이 쏟으면서 말한다.
"죽고 싶으면 죽어. 근데, 내일 죽어. 내일도 똑같이 힘들면, 그 다음 날 죽어. 그 다음 날도 똑같이 고통스러우면, 그 다음 다음 날 죽어도 안 늦어! 그렇게 하루씩 더 살아 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와. '그때 안 죽기 정말 잘했다' 싶은 날이 온다고!"
삶의 소중함을 부르짖는 메시지였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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