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을 뒤엎었다. KB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3전2선승제의 초 단기전. 1차전 중요성이 엄청난 걸 감안하면 KB의 1차전 승리는 의미가 컸다. 결정적 원동력은 1-1-3 지역방어. 서동철 감독은 “정상적으로 맞붙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1-1-3를 꺼냈다”라고 했다. 간판스타 변연하는 “시즌 막판부터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KB는 평균신장이 신한은행에 밀린다. 더구나 신한은행은 시즌 막판 신정자를 영입, 김단비-카리마 크리스마스-신정자-곽주영으로 빅 라인업을 구축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린 포석. KB로선 대안이 필요했다. 서 감독은 “원래 신장이 높은 팀을 상대로 지역방어를 잘 쓰지 않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면서 승부를 걸었고, 통했다. 신한은행은 2차전이 열리는 17일까지 1-1-3 지역방어 파괴법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비장의 무기 1-1-3
KB 주전라인업은 홍아란 변연하 강아정 정미란 비키바흐. 크리스마스와 매치업되는 비키바흐 정도를 제외하고 확실하게 신장이 우위인 포지션이 없다. 정규시즌 내내 KB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제공권이었다. 그러나 KB는 서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 지역방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지역방어 특성상 기민한 박스아웃이 쉽지 않고, 공격리바운드를 내줄 위험성이 있기 때문.
하지만, 신정자를 영입한 신한은행을 상대로 지역방어를 쓰지 않을 순 없었다. 서 감독이 꺼낸 1-1-3은 기존 2-3 지역방어를 변형한 것. 맨 앞에 홍아란이 서고, 뒤에 변연하가 대기한다. 골밑에는 비키바흐가, 양 사이드에는 강아정과 정미란이 선다. 일단 홍아란이 신한은행 최윤아로부터 시작되는 볼 배급을 최대한 방해한다. 일단 최윤아가 패스를 한 뒤엔 홍아란과 변연하가 나란히 선다. 2-3 지역방어 대형으로 형성한다. 후반엔 강아정이나 정미란까지 탑으로 올라와 3-2 지역방어 대형을 형성했다.
신한은행이 다시 탑으로 공을 보내면 1-1-3 형태로 바뀐다. 이때 골밑에 위치한 강아정과 정미란이 45도와 양 코너를 체크하고, 그 사이 자유투 라인에 공이 투입되면 홍아란과 변연하가 하이 포스트까지 커버하는 수비법. 대신 비키바흐는 최대한 골밑을 지킨다. KB 특유의 제공권 약세를 최소화하는 맞춤형 지역방어. 대신 그만큼 홍아란과 변연하의 활동량이 많다. 변연하는 “비키바흐나 스트릭렌은 최대한 골밑에 치중하게 한다. 리바운드에 대비하고 아란이가 뛰는 양이 많다. 수비 센스가 있고 젊고 체력도 좋아서 잘 해줬다”라고 했다.
KB는 1쿼터 근소하게 밀리자 2쿼터부터 경기 막판까지 1-1-3를 가동했다. 경기 도중 잠시 맨투맨으로 돌아갔지만, 1-1-3 사용비중이 높았다. 신한은행은 처음 보는 변형 지역방어에 많이 당황했다. 정인교 감독은 “존 깨는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했지만, 막상 경기 후엔 “깨는 게 쉽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2쿼터 도중 신정자, 곽주영, 크리스마스의 정확하고 빠른 패스로 골밑에서 몇 차례 깨긴 했다. 다만, 외곽에서 오픈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결국 KB는 리바운드 열세(27-33)에도 신한은행을 51점으로 묶었다. 1-1-3이 지배한 1차전.
▲2차전은 어떻게 될까
서 감독은 “대체로 잘 됐지만, 찬스를 내준 부분도 있었다.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KB의 평균적인 공격지점은 외곽이었다. 54점 중 3점슛으로만 30점을 만들었다. KB는 17일 2차전서 1-1-3이 잘 통하더라도 3점슛이 터지지 않으면 여전히 쉽지 않은 경기를 할 공산이 크다. 리바운드 역시 이날처럼 최대한 대등하게 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더 급한 쪽은 신한은행. 정 감독은 “하루 시간이 있는데 외곽 슈터를 쓸 것인지를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빅 라인업의 약점은 일반적으로는 공수전환과 외곽수비. 그러나 신정자와 곽주영의 발이 그렇게 느리지 않다. 또 김단비와 크리스마스의 수비력이 매우 좋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신한은행 빅 라인업의 최대 고민은 공격력.
정 감독은 시즌 막판부터 “슛 %가 별로 좋지 않다. 김연주의 슛 감각이 예년보다 좋지 않고, 부상에서 돌아온 최윤아의 슛 컨디션도 예전과 같진 않다”라고 했다. 결국 이 문제가 1-1-3를 만나 극대화됐다. 외곽 찬스를 만들어내는 기민한 움직임과 효율적인 패스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상 회복 후 뒤늦게 가세한 최윤아와 신정자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1차전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승부처에서 크리스마스에게 공을 투입한 뒤 나머지 선수들이 서 있었다는 점이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경기 막판 4~5분간 단 1점도 넣지 못하고 패배한 이유.
신한은행 시스템상 외곽 슈터를 넣을 경우 신정자 혹은 곽주영 대신 김연주를 넣겠다는 것. 그럴 경우 빅 라인업을 부분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의미. 신한은행은 1차전서도 경기 중간 주전들에게 휴식을 줬을 때 김규희, 김연주의 투입으로 빅 라인업을 부분적으로 포기했다. 다만, 그럴 경우 KB의 수비 변화가 오히려 유연해진다. 결국 김단비, 최윤아 등의 외곽슛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패턴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1차전서 보여준 골밑에서의 1-1-3 공략도 필요하다. 그만큼 신한은행으로선 2차전서 득점력을 높이는 게 최대 과제다.
[KB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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