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백지연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백지연의 연기 적응 속도가 놀랍다. 앵커라는 옷을 벗고 배우의 옷을 입은 그녀에게 제법 배우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 백지연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에서 최연희(유호정)의 대학 동창이자 재계 2위인 대승그룹 장회장의 아내 지영라로 출연하며 배우로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백지연의 연기 도전은 다소 의외였다. 1987년 MBC 15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프리랜서로 전환한 뒤에도 줄곧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왔던 그녀다. 앞서 다수의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전환 후 배우로 진로의 길을 돌렸지만 백지연의 연기 활동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그만큼 백지연의 연기 도전은 놀라웠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앞서 백지연은 안판석 감독과 오랜 친구로 지내다 얼떨결에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펴지지 않더라"고 자신의 연기를 평가했지만 안판석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극중 인물에 완벽히 빠져 들었다.
첫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좋았다. 평소 지적인 이미지의 대표주자인 만큼 상위 1% 로열패밀리 역에는 제격이었다. 이와 함께 도도한 말투로 우아하면서도 거만한, 교양 있으면서도 어딘가 가식적인 지영라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최연희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그녀를 교묘하게 조롱하고 여유있는 척 하는 지영라는 얄미움 그 자체였고 최연희를 자극했다. 교양 있는 척 가식을 떨던 상위 1%의 최연희 입에서 나온 '천박한'을 그대로 표현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지영라 캐릭터가 '풍문으로 들었소'가 표현하는 갑질 풍자의 중심 인물로 거듭난 것은 지난 16일 방송된 7회에서다. 이날 방송에서 지영라는 자신의 남편이 궁지에 몰리자 도도함과 여유를 버렸다.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연희에게 굴복했다.
지영라는 연희의 무릎 앞에 앉아 "나 정말 너 존경해. 나 같은 애 한 번도 안 내치고 받아준 것 만으로도"라며 고개를 조아리기까지 했다.
백지연은 그저 교양 있는 상위 1%를 표현하지 않았다. 이미지만 들어맞는 인물이 되지 않았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가식적인 지영라를 표현했고, 어색함이 없어 '풍문으로 들었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풍문으로 들었소' 백지연.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