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삼성 5선발은 차우찬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차우찬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정인욱, 백정현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시범경기서도 비슷한 양상. 2경기서 10이닝 11탈삼진 8피안타 2사사구 2실점, 1승 평균자책점 1.80. 매우 안정적이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이 예년보다 덜하다. 구위도 괜찮다. 전체적인 안정감이 예년에 비해 확실히 좋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에게 확답을 주진 않았다. 알려진대로 류 감독은 차우찬보다는 상무에서 제대한 정인욱이 5선발로 자리잡길 원했다. 그래야 전체적인 마운드 운영이 원활해지기 때문. 하지만, 정인욱은 지난해 어깨 통증이 있었고, 그 여파로 올 시즌을 앞두고 구위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인욱은 2군으로 내려간 상황. 이젠 류 감독도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차우찬의 불펜 존재감
차우찬은 지난해 온전히 불펜에서 뛰었다. 데뷔 최다 69경기에 나섰다. 82이닝을 소화하면서 3승4패21홀드. 평균자책점이 5.60으로 높았지만, 실질적으로 삼성 불펜에서 쓰임새가 가장 높았다. 선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이 애매할 때 롱릴리프 역할을 했다. 왼손 셋업맨은 물론이고 원 포인트 역할까지 수행했다. 우완 안지만과 함께 왼손 메인 필승계투.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건 장기레이스 마운드 운영에서 엄청난 이점.
그러나 차우찬이 선발진으로 이동하면 지난해 차우찬 역할을 대신 해줄 투수는 사실상 없다. 현재 왼손 불펜 투수들 중에서 박근홍(4경기 1실점), 임현준(4경기 무실점), 조현근(3경기 무실점)의 시범경기 페이스가 좋다. 그러나 이들은 필승조와 롱릴리프 경험이 부족하다. 144경기 체제의 시작. 섬세한 마운드 운영이 중요하고, 롱릴리프의 존재가치는 매우 높다. 류 감독이 걱정하는 건 이유가 있다.
▲그래도 만들어낸다
류 감독은 “6~7회를 버텨줄 왼손과 오른손 투수 1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박근홍, 임현준, 조현근이 이 역할을 맡을 수는 있다. 류 감독은 특히 박근홍에게 기대를 건다. 시범경기 초반 류 감독은 “왼손 불펜 중에선 근홍이의 공이 가장 좋다. 공이 낮게 제구 된다. 지난해 권혁 역할을 근홍이가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박근홍이 1이닝 이상 소화해줄 정도의 안정감을 갖춘다면 삼성 불펜은 확실히 숨통을 틀 수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보여준 안정감을 정규시즌서 이어갈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 본인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느냐가 달린 문제.
차우찬의 불펜 공백은 사이드암 투수로 메워낼 수도 있다. 왼손투수와는 정 반대로 사이드암이 왼손투수에게 약한 부분이 있지만, 수술 후 긴 재활을 마친 베테랑 권오준과 신용운의 불펜 가세는 분명 큰 힘이 된다. 두 사람이 딱히 왼손타자에게 약한 것도 아니다. 권오준(3경기)과 신용운(2경기)은 시범경기서 나란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삼성 불펜은 심창민의 부진으로 사이드암 존재감이 낮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류 감독이 차우찬 공백 해결책을 어떻게 찾느냐에 따라 불펜 내실을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
류 감독이 아직 정인욱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2군에 내려간 정인욱은 일단 개막 엔트리 합류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꾸준히 구위를 끌어올릴 경우 어느 시점에선 1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인욱이 시즌 도중 극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할 수 있다면, 차우찬을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차우찬(위), 박근홍(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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