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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저라도 좋은 아빠가 되겠습니다."
배우 지성의 묵직한 한 마디다. 6월에 아빠가 되는 그는 얼마 전 MBC 드라마 '킬미, 힐미'를 찍고 아동학대 장면에 충격 받아 펑펑 울었다.
'킬미, 힐미'에서 지성이 연기한 캐릭터는 차도현부터 미스터X까지 총 일곱 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다. 모두 어릴 적 입은 정신적 상처 때문이다. 가장 사랑했던 친구를 아동학대의 현장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시달린 남자였다. 아버지가 아동학대의 가해자였다.
죄책감 때문에 기억을 머릿속 깊이 잠재운 채 살아가던 차도현이 어릴 적 잔혹한 기억과 마주한 순간 차도현은 울었다. 지성은 "연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연기하는 게 보고 싶었던 건데, 막상 보니까 아이들이 너무 실제처럼 연기하더라고요. 엉엉 울며 '때리지 마세요' 하는데 보면서 눈물이 막 났어요. 실제로 저런 기억이 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잊혀지지 않는 기억일까. 하염없이 울었어요. 감독님도 '컷'을 못하실 정도였어요. 반 실신 상태가 될 정도로 찍었어요."
'킬미, 힐미'의 진수완 작가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세 가지 메시지였다. 첫째, 방관하지 말 것, 둘째, 자책하지 말 것, 셋째, 살아갈 것.
신세기가 아동학대의 방관자였던 신화란(심혜진)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며 "한 사람의 영혼이 파괴되는 학대 현장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어.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그 셋 중에 하나만 없으면 불행은 일어나지 않아"라고 말한 장면은 '방관하지 말 것'이란 첫 번째 메시지였다.
리진(황정음)이 어릴 적 자신에서 비롯된 인격 나나에게 "내가 너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때 그 아저씨가 너한테 화를 낸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나빠서도 미운 아이여서도 아니야. 그건 그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그러니까 이제 아파하지도 말고, 겁먹지도 마. 응?"이라고 한 건 '자책하지 말 것'이란 두 번째 메시지였다.
그리고 진수완 작가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마지막 '살아갈 것'이었다. 도현을 일명 '자살지원자' 안요섭 인격으로 착각한 리진의 대사다.
"죽고 싶으면 죽어. 근데, 내일 죽어. 내일도 똑같이 힘들면, 그 다음 날 죽어. 그 다음 날도 똑같이 고통스러우면, 그 다음 다음 날 죽어도 안 늦어! 그렇게 하루씩 더 살아 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와. '그때 안 죽기 정말 잘했다' 싶은 날이 온다고!"
지성은 "진심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시청률에 의존한 드라마가 아니라 "좋은 메시지를 전한 드라마"였다며 "제가 찍었지만 저도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스스로도 '킬미, 힐미'를 통해 많을 걸 배웠다는 지성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최근 공분을 일으킨 어린이집 구타 사건에 안타까워하며 "아이들은 우리가 아낌없이 사랑해줘야 한다. 우리도 어렸을 때 아낌없이 사랑 받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고스란히 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 지성이다.
지성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만들어가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며 "나에게도 가족이 있고, 곧 태어날 아기가 있으니까 소중한 현실들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스스로 '이번 작품 하길 잘했다'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킬미, 힐미'는 끝났지만 지성이 차도현으로 분해 남긴 메시지는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부디 아이들을 향한 '아낌없는 사랑'을 강조한 지성의 목소리도 모두가 기억하길 소망한다.
지성은 "빨리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기가 커 가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정말 신기해요. 6월말이 예정일인데, 또 한번 눈물 펑펑 쏟을 것 같아요. 좋은 아빠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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