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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이승록 기자]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도쿄돔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세 번 놀랐다.
콘서트는 14, 15일 이틀간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렸다. 도쿄돔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다. 공연장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데, 일본 가수들에게 도쿄돔은 곧 '꿈의 무대'다. 도쿄돔에서 공연한 사실만으로도 일본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샤이니의 도쿄돔 콘서트는 처음이었고, 이틀 동안 10만 명 넘는 관객들이 몰렸다.
▲ 정말 한류의 위기인가?
일본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며 일각에선 '한류 열풍도 끝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은 한류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도쿄돔 콘서트 첫 날. 공연 시각 오후 5시가 다가오자 도쿄돔 앞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어떤 공연상품(소위 '굿즈')을 팔고 있나 살펴볼 요량으로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는데, 낭패였다.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떠밀려 왔다.
여러 사람들에 밀려 허둥거리고 있는 와중에 유독 눈길을 끈 건 관객들의 면면이었다. 대다수가 젊은 일본 여성들이었다. 애당초 일본 내 한국인 팬들만으로는 도쿄돔에 선다는 게 불가능했겠지만, 이렇게 젊은 나이대의 관객들이 대다수일 줄은 예상 못했다. 샤이니 멤버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도쿄돔 입구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으며 "까르르" 웃는 건 모두 한눈에 봐도 앳된 외모의 일본 여성 관객들이었다.
한류의 인기가 시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뿐만 아니라 '욘사마' 배용준으로 인해 중년 일본 여성 사이에서 촉발된 한류 열풍이 이제는 샤이니 등 한국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게 된 일본 젊은 여성층으로 확대됐다는 방증이었다.
▲ 3시간50분, '하나'
공연은 5시10분께 시작해 9시가 다 되어 끝났다. 3시간 50분. 엄청난 시간이었다. 당초 예정된 공연시간은 3시간이었는데, 결국 1시간 가까이 더 진행됐다. 공연에서 부른 노래만 총 서른 두 곡.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 일본어 버전부터 최신곡 '유어 넘버'까지 2008년 데뷔한 샤이니의 7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시간이었다.
4시간 공연은 쉽지 않은 일이다. 4시간을 채울 노래들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우선이고, 노래와 춤으로 4시간 동안 달릴 체력은 필수다. 역동적인 안무와 함께 노래한 샤이니도, 쉬는 시간 없이 함께 일어서 있던 관객들도 모두 대단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잊지 못할 만한 장면 중 하나가 된 관객이었다. 야광팔찌를 차고 있었다. 처음에는 흔한 야광팔찌로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노래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바뀌었다. 그것도 수만 관객 모두의 팔찌가 마법처럼 하나가 되어 색깔을 바꾸기를 수 차례였다.
알고 보니 원격 제어되는 야광 팔찌로 다른 콘서트에서 흔히 보던 각양각색의 야광팔찌나 야광봉과 달랐다. 노래의 분위기에 따라 야광팔찌의 색이 원격 제어로 달라졌고, 이 덕분에 객석은 하나의 색깔로 물들여졌다.
'하나 된 관객'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 '러브'. 오케스트라 연주 속에 다섯 멤버가 발라드 신곡 '러브'를 열창하자 도쿄돔의 관객들이 서둘러 품에서 무언가 꺼내 머리 위로 펼쳤다. 관객들 뒤에선 잘 보이지 않았는데, 카메라가 객석을 비추고 이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자 "와" 하고 감탄이 터졌다. 'THANK U SHINEE'. 관객들이 펼친 색종이가 거대한 메시지가 되어 도쿄돔에 새겨졌다.
▲ 눈물범벅
그래서 샤이니는 울었다. 종현과 키는 공연 중간에 한 번씩 울었고, 나머지 민호, 온유, 태민까지 다섯 명 모두가 '러브' 때 '땡큐 샤이니' 메시지에 눈물 터뜨리고 말았다. 꺼이꺼이 하며 우는 멤버도 있었고, 어떤 멤버는 얼굴이 눈물과 땀으로 범벅 된지도 모른 채 도쿄돔 관객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감격에 젖은 모습이었다.
이들의 눈물을 통해 이번 도쿄돔 콘서트가 샤이니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데뷔 8년차에도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는 것도 같았다.
샤이니는 정말 펑펑 울었다. 얼마나 심하게 울었는지, SM엔터테인먼트는 공연 후 취재진에게 현장 사진을 제공했는데, 멤버들의 우는 모습을 찍은 사진만큼은 내놓지 않았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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