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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어깨가 무거운 중년 가장의 '슬픈 먹방'이 공감을 이끌어내며 회자되고 있다. 푸짐한 아빠의 밥상에서 떨군 부모님의 눈물을 그려낸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 이야기다.
지난 15일 방송된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현) 8회에서는 강재철(정원중), 오민자(송옥숙)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28년 굴곡진 은행원 시절을 마감하고 희망퇴직을 하려했던 강재철은 느닷없는 딸 아이 영주(경수진)의 백수선언에 꿈꿔왔던 안락한 노후를 잠시 뒤로 미뤄야만했다. 급기야 지점장에서 본사 영업부 직원으로 좌천된 재철. 본사 이동 소식에 승진인줄로만 알았던 아내 민자는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직원들의 불편한 눈초리에 눈칫밥을 먹어가며 회사생활을 이어가던 재철은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은행 홍보에 열을 올렸다. 처음에는 황망한 표정이었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우렁찬 목소리로 사람들을 응대했던 재철이었다. 하지만 이를 목격한 민자는 핏기 없는 얼굴로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조금 이상했던 남편의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됐던 순간이었다.
늦은 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가한 재철을 맞이한 것은 민자 그리고 그녀가 차린 푸짐한 진수성찬이었다. 호들갑을 떨며 살뜰히 자신을 챙겼던 민자가 의아했던 재철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키웠다. 잠시 흐르는 정적. 민자는 "당신에게 그만두라는 소리 난 못해"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밥해 줄 수 있는 것 외에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라고 가슴 속 깊이 담아둔 미안함을 전했다.
"밥이면 됐지"라고 눈물을 삼키며 쌀밥을 숟가락으로 퍼 우걱우걱 입안으로 넣었던 재철의 모습은 서글픈 우리 시대 부모님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며, 슬픈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시청자들의 평이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고 이제는 행복한 노후를 꿈꾸며 인생의 종착역을 달려온 우리 부모님들이지만 실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푸짐했던 밥상 앞에서 눈물을 떨군 강재철, 오민자 부부의 모습은 우리네 부모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대사들은 공감을 유발했고 가족의 일상의 모습만으로도 감동을 자아냈다는 평을 이끌어 냈다.
[사진 = '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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