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때 던져줘야 되는데.”
KBO리그 시범경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18일까지 총 10경기가 취소됐다. 10일 5경기는 한파로 열리지 못했다. 11일 두산-넥센(목동)전 역시 한파로 취소. 그리고 18일 4경기가 우천취소 됐고, 두산-NC(잠실)전 역시 5회 강우콜드로 종료됐다. 팀 별로 1~3경기 정도 취소된 셈. 현장에선 1~3경기 취소가 은근히 타격이 있는 듯하다.
이유가 뭘까. NC 김경문 감독은 1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하늘을 내다보며 “비가 많이 내리면 경기를 하지 않기로 두산과 합의했다. 하지만, 부슬부슬 내리면 그대로 진행하는 게 낫다”라고 했다. 실제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비가 시작됐고, 5회까지 강행했다. 시범경기 특성상 조그마한 비에도 경기 취소가 많은데, 이날 경기는 확실히 달랐다.
▲시범경기 취소의 의미
왜 현장에선 시범경기 1~2경기 취소에 민감해할까. 결국 마운드 운영 때문.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처럼 경기 상황에 따라 마운드를 운영하지 않는다. 철저히 정해진 스케줄대로 투수들을 등판시키고, 투수 개개인의 사정과 팀 환경에 따라 이닝을 배분한다. 또 시범경기는 1,2군, 신고선수 모두 출전 가능하다. 엔트리 제한이 없다. 때문에 감독은 최대한 많은 투수들을 활용할 수 있다. 1군 붙박이 투수들은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둔다. 또 1군과 2군 경계에 놓인 투수들에겐 적절히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시범경기가 취소될 경우 이런 사정들을 감안해 결정된 스케줄을 옳게 진행할 수 없다. 결국 등판 예정된 투수들이 다음 날 이닝을 축소해 등판하거나, 며칠 건너뛰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경우 주전 투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1군 옥석 가리기 작업 역시 차질을 빚는다. 또한, 시범경기 1경기가 취소되면, 다음경기 투수 등판 스케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감독 입장에선 예민할 수밖에 없다.
▲쉰다고 좋은 건 아니다
여기엔 ‘투수가 너무 오래 쉬어도 좋은 건 아니다’라는 명제가 깔려있다. 김 감독은 “지금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던져줘야 한다. 선발의 경우 100개 가깝게 던져보고 정규시즌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쉰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투수는 적당히 공을 던지면서 감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스프링캠프서 아무리 컨디션이 좋고 기량이 발전한 투수라고 해도 시범경기서 감각을 끌어올려야 정규시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
김 감독은 심지어 “불펜 투수들도 오래 쉬었다가 던지는 투수보다 연투할 때 오히려 구위, 컨트롤이 좋은 경우가 많다. 쉬고 나면 볼은 빠른데 컨트롤이 잡히지 않는 투수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선발 역시 한 차례 등판을 건너뛰면 공 자체는 싱싱하더라도 실전 감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144경기 체제의 원년. 10개구단 감독 모두 마운드 운영에 총력을 기울인다. 타고투저 속 투수들의 기술적 발전이 타자보다 느리다는 평가. 그만큼 국내야구가 투수가 귀한 시대가 됐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 시범경기부터 철저히 투수들을 점검해야 하는데, 한파 혹은 비로 인한 취소는 전혀 달갑지 않다.
NC의 경우 투수들이 시범경기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 것에 대비, 25일 경남대와의 연습경기를 잡아놓았다. 그런데 김 감독에 따르면 그날 양팀 마운드는 대부분 NC 투수들로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경남대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 우리 투수 몇 명을 줘서 최대한 던지게 한 다음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미 1경기가 취소됐고, 18일 경기도 5회까지만 치르면서 마운드 운영에 차질을 빚은 상황. 김 감독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경기 취소된 그라운드 풍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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