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싸운 게 아니라 경기의 일부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휩쓴 전자랜드의 돌풍. 사실 6강 플레이오프서 SK에 3연승을 거둔 걸 인정하면서도 동부전은 또 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동부는 높이를 좋은 골밑 수비력으로 극대화하는 팀. 전자랜드로선 답답함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리바운드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31-38). 블록슛도 4개를 당했다. 골밑 공략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 때문에 외곽 공격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특유의 타이트한 맨투맨과 더블팀 수비가 주효하면서 동부를 넘어섰다.
때문에 전자랜드로선 SK전 이상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높이 열세를 심하게 느끼지만, 골밑에 몸을 던지는 전투력이 더더욱 중요하다. 미스매치가 나더라도 볼 투입이 되기 전까진 타이트하게 붙어 실책을 유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리바운드와 페인트존 득점이 밀리더라도, 이런 부분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과 하지 않는 건 천지차이. 전자랜드의 1차전 승인은 기록 그 이상으로 돋보인 특유의 전투력이었다. 62실점은 정규시즌 6차례 맞대결까지 통틀어 올 시즌 동부전 최소실점.
▲포웰과 레더가 싸웠다?
유도훈 감독은 경기 후 “포웰과 레더가 경기 중 한 판 했다”라고 털어놨다. 싸웠다는 의미. 팀워크가 생명인 농구에서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외국인선수의 다툼. 사실이라면 해당 팀의 경기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포웰은 “연습할 때는 레더와 더 심하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싸웠다고 보긴 힘들다. 포웰이 레더의 승부욕과 집중력을 격하게 고취시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1차전서 레더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이지샷을 놓치는 등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포웰은 전자랜드의 주장. 전자랜드서만 4시즌째 뛰고 있다. 보통의 외국인선수 위상을 뛰어넘는다. 전자랜드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코트 안팎에서 실질적인 리더. 국내선수들을 직접 챙긴다. 위기에서 팀을 하나로 묶는다. 때로는 따끔하게 충고도 한다. 반대로 칭찬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국내선수들도 그런 포웰을 믿고 따른다. 때문에 전자랜드가 뽐내는 끈끈한 조직력의 근원은 포웰의 리더십에 있다.
포웰은 레더보다 어리다. 하지만, 나이에 따른 서열을 구분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특성상 주장으로서 포웰이 레더에게 한 마디를 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다만, 외국인의 특성상 그들만의 언어로 격하게 논쟁할 때가 많다는 게 유 감독 설명. 포웰은 “싸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돌아서서 화해한다. 레더와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웃었다. 유 감독도 지지했다. 그는 “그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오히려 “그런 파이팅과 승부욕은 국내선수들도 배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
차바위는 “올 시즌 후 군대에 간다. 포웰도 KBL 규정에 따라 올 시즌 이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헤어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만큼 포웰이 국내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차바위는 “지난 3년간 지냈던 외국인선수들이 다 좋았다. 특히 포웰은 나에게 많은 걸 알려줬다”라고 했다. 농구에 필요한 테크닉은 물론, 레더에게 강조한 것처럼 집중력과 전투력을 국내선수에게 많이 강조한다. 포웰이 국내선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집중”이다.
보통 외국인선수들은 국내선수들과 실생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외국인선수는 겉으로는 팀을 위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커리어 쌓기에 집중한다. 코트 안팎에서 실질적으로 국내선수들을 이끄는 포웰과는 다르다. 포웰과 레더, 포웰과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은 매우 끈끈하다. 객관적인 전력을 뛰어넘는 전투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개개인의 의지와 팀 경기력이 밀접한 관계에 놓인 농구 특성상 매우 중요한 부분. 포웰이 단순히 코트 위에서 팀 공격만 주도하는 건 아니다.
1차전 도중 화끈하게 한 판 붙은 포웰과 레더. 전자랜드 전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엄청났다. 두 사람이 실제로 다툰 뒤 국내선수들의 전투력은 더욱 높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 플러스 효과. SK, 동부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달리는 전자랜드가 이번 플레이오프서 잘 나가는 원동력이다.
[포웰과 레더. 사진 = 원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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