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를 공격적으로 해야죠.”
두산 김태형 감독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OB와 두산에서만 뛴 베어스 순혈통.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베터리코치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SK에서 배터리코치로 활동했다. 그리고 올 시즌 친정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통해 김 감독의 색깔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김 감독의 야구를 정확하게 정의하긴 쉽지 않다. 표본이 많지 않기 때문.
확실한 건 김 감독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호한다는 점. 김 감독은 18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공격적으로 야구를 해야 한다.” “싸우면 내가 먼저 상대를 때려야 한다. 피하기만 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구선수라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야 기술 성장속도도 빨라진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실전서 나타나는 지론
시범경기 초반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막판 박빙 상황이나 2스트라이크 이후라면 몰라도, 평상시에는 삼진을 두려워하는 타격을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타자가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결과물을 얻는 걸 선호한다. 투수 역시 초구부터 과감히 스트라이크를 넣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길 원한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왼손타자 김재환을 7~8번 타순에 놓고 붙박이 1루수로 활용하려고 한다. 포수 출신인 그는 그동안 주전으로 뛰지 못했지만, 일발장타력을 갖췄다. 풀타임으로 뛸 경우 15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 감독은 그런 김재환에게 아무런 주문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본다. 그저 “재환이는 타율 신경 쓰지 말고 찬스에서 (방망이를) 화끈하게 돌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두산은 19일 잠실 KIA전서 4-3으로 승리했다. 18일 잠실 NC전서는 5-5로 비겼다. 나름대로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그 와중에 매끄럽지 못한 주루가 몇 차례 나왔고, 실제 아웃카운트 손실로 흐름을 넘겨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근 젊은 선수들의 주루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감한 시도 자체를 칭찬하고 싶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심지어 김 감독은 발이 그렇게 빠르지 않은 선수들이 시즌 10개 정도의 도루만 해줘도 팀 기동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적도 있다.
김 감독은 왜 공격적인 야구를 강조하는 걸까. 그는 “일단 공격적으로 부딪혀봐야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다. 그 한계를 뛰어넘으면 자연스럽게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야구를 소극적으로 할 경우 자신의 성장 한계점을 알지 못하고, 결국 잠재력을 실전서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지론. 김 감독이 올 시즌 예전의 ‘허슬두’로 돌아가려는 것도 과거 코치시절 현재 주축들이 공격적 야구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태형 야구와 김경문 야구의 교집합
이런 김 감독표 공격야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NC 김경문 감독 야구와 흡사하다. 현재 두산에서 3~4년 넘게 주전으로 뛰는 선수 대부분은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키워낸 케이스. 김경문 감독도 공격야구를 선호한다. 희생번트, 히트 앤드 런보다는 강공을 선호하고, 공격적 베이스러닝과 적극적인 피칭, 한 박자 빠른 수비를 강조한다.
김태형 감독이 김경문 감독과 비슷한 지론을 갖고 있는 건 이유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1990년대 후반 배터리 코치로 김태형 감독을 가르쳤다. 또 김경문 감독이 2004년 두산에 부임 한 뒤 김태형 감독은 베터리코치로 꾸준히 일했다. 김태형 감독이 김경문 감독 야구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 실제 김태형 감독은 몇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의 영향을 받은 걸 인정했다.
김경문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최근 한 야구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그에게 “나와 김 감독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감독과 코치의 시선은 천지차이인데, 김 감독은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라는 식의 얘기를 했다. 두 사제는 올 시즌 16차례 맞붙는다. 정규시즌 맞대결서 비슷한 부분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두 감독의 야구가 완전히 똑 같은 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김태형 감독은 SK 특유의 시스템도 많이 받아들인 것 같다. 그건 또 다른 장점”이라고 했다. 지난 3년간 SK서 일하면서 두산과 다른 스타일, 다른 시스템을 경험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 시범경기부터 철저하고 세밀한 선수관리가 돋보인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평가. 김태형표 공격야구가 정규시즌 실전서 완전히 자리매김할 경우 두산은 자연스럽게 과거 김경문 감독 특유의 공격야구도 재현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위), 김경문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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