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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응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 왕(이문재). 뭔가 고민이 있어보인다. 그 순간 등장하는 그의 호위무사 '미끌이'(이상훈). 온 몸에 기름칠을 한 듯 반짝 거린다. 이윽고 밝혀진 그의 나이. "열네살"이라는 말에 객석이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하다. 장군이었다가 전장에서 그만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정내시(정승환)가 나타난다. '19금' 개그가 관객들의 허를 찌른 뒤 나타나 '아들같은 딸이 되겠다'며 왕위를 물려달라는 공주(박소라). 그리고 뛰어난 미모를 지녔으나 걸쭉한 목소리로 귓전을 때리는 반전 매력의 김승혜까지.
◆ '왕입니다요' 탄생 비하인드
'왕입니다요'는 사극을 소재로, 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코너다. 지난 1월 11일 첫 방송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멤버에 변화가 있었지만, 어느덧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코너 곳곳에 숨어 있는 웃음 포인트가 현장을 찾은 방청객들은 물론, 안방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였다. '왕입니다요'의 주역들을 만나 코너와 개그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왕입니다요'에는 개그맨 이문재 이상훈 정승환 박소라 김승혜가 출연 중이다. 이들 가운데 김승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KBS 공채개그맨 26기 동기들이다. "동기들 몇 명 모아 코너를 짜보라"는 김상미 PD의 제안에 '왕입니다요'가 탄생했다. 이문재를 중심으로 정승환 캐릭터가 추가됐고, 다른 코너를 준비 중이던 이상훈 김승혜 박소라가 각각 자신의 캐릭터로 '왕입니다요'에 합류했다. 그렇게 시작 약 한 달만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상훈이 연기하는 '미끌이' 캐릭터는 '왕입니다요'의 주요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원래 김대성 선배와 다른 사극을 하나 만들었었는데, 거기서 머리를 넘기는 것에 꽂혀서 뭔가 웃긴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아예 느끼한 걸로 하자고 해서 오일도 바르고 뭔가 미끄러지는 것으로 했죠. 왕이 '너 이런 거 바르지마'라고 하면서 약간 당하는 듯한 캐릭터로 만들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죠. 원래는 마초적인 남자였는데, 나이는 반전으로 14살이 됐어요."
미끌이 캐릭터는 이름 그대로 미끄럽다. 왕도 연신 "미끄럽구나"를 연발한다. 온 몸이 반짝 거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도대체 몸에 뭘 바른 거지?"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미끌이가 녹화 내내 반짝 거림을 유지할 수 있는 미끄러움의 비결은 바로 '식용유'였다. 물론, 이상훈이 처음부터 캐릭터를 위해 식용유를 바른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최종 낙점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원래 처음에는 베이비오일을 발랐어요. 그러다 감독님이 카메라로 보시고는 반짝 거리지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반짝이는 건 다 가져와서 발라보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식용유를 발라봤는데, 그게 제일 반짝 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식용유를 바르고 있죠. 그렇게 많이 바르지는 않아요. 그런데 집에 가서 잠만 자면 파전이 옆에 있는 것 같다고 하긴 해요."
미끌이와 함께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바로 공주다. 예쁜 얼굴에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등장해서는 "아버지, 아들같은 딸이 될게요"라고 소리치며 본색(?)을 드러낸다. 박소라가 내뱉는 대사들이 예사롭지 않다. 남자라면 박소라의 대사를 듣는 내내 무릎을 탁 치며 깊은 공감(?)의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여자라도 평소 남자들의 지저분한 행동을 눈여겨 봤던 이들이라면 역시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남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주요 소재로 하다보니 목욕탕도 가고, 가끔 아저씨들이 더럽게 행동하는 것들을 따라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런 버릇들이 생겼죠. 가끔은 아저씨들 행동을 훔쳐보기도 했어요. 일부러 그런 것들을 많이 찾아놓죠. 오빠들도 도움을 많이 줘요. '아니야, 거기서는 조금 더 중요 부위를 가리고 점프를 해야돼'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계속 가야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 재밌다고 해주니 개그맨이 될 수밖에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을 웃기는 개그맨이지만, 이들도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는 그저 개그맨이 되고 싶은 지망생 신분이었다. 그리고 개그맨이 된 지금도 함께 일하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을 보고 있자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만 하다. 연습실에서 함께 웃고 있다가도 문득 "내가 이런 대단한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그들. 얼마전 KBS 개그맨 공개채용 공고가 붙었을 때는 여전히 가슴이 떨린다는 그들이었다.
"사실 제가 실제로는 재미가 없어요. 예전에는 정말 웃겼죠. 밥 먹었냐고 물어만 봐도 사람들이 웃었어요. 그런데 제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점점 웃겼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점잖아졌어요. 개그맨이 되고 주변에서 자신감도 심어주고, 적응을 하다보니 다시 옛날 행동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군대 다녀오고 물리치료사로 일했어요. 주변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셨죠. 사실 물리치료사 분 중에 저보다 더 웃긴 사람도 있었어요." - 이상훈
"저는 여중 여고를 나왔어요. 남자들이 없으니 장난치면서 과격하게 놀았죠. 그러다 제가 재밌는 사람으로 인식됐어요. 아이들 웃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그냥 개그우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거 따라하면서 놀았어요." - 박소라
"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했었어요. 항상 꿈을 개그우먼이라고 썼었죠. 그러다 20살때부터 갈갈이 극장 들어가서 개그를 시작했어요. 좀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김승혜
"저는 처음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고 발표났을 때 어머니 아버지께서 울었어요. 20대를 지망생으로 보내다가 서른살에 합격했으니 더 그랬죠. 사실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가 별로 안 좋았어요. 싸우면 말도 안 하고. 하지만 제가 개그맨이 되니까 두 분 모두 절 자랑스러워 하셨어요." - 정승환
"원래 복싱을 좋아했어요. 글러브를 처음 낀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죠. 얼마전까지 체육관 운영하다가 접었어요. 너무 개그는 안 하고 일만 하는 것 같아서요." - 이문재
◆ 되도록이면 길고 오래
이들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되도록이면 '개그콘서트'에서 오래도록 개그를 하고 싶다는 의미였지만, 한 편으로는 다른 진로를 선택할 방도가 없다는 뜻으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이 개그 프로그램 이후의 진로로 선택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정체기이고, 개그맨 보다는 다른 분야의 스타들을 선호하고 있다. 그만큼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많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왕입니다요' 팀 역시 다른 목표를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저는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목표예요. 김준호 김대희 박성호 선배님처럼 '개그콘서트'에 오래 남고 싶어요.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스타성은 없지만 안정감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굴 받쳐주든 오래하고 싶어요. 만약 높이 올라간다면 내려갈 일만 남은 거잖아요? 중간 정도만 하면서 꾸준히 하고 싶어요." - 이상훈
"저도 오래 길게 가고 싶어요. 사실 처음에는 저도 유재석이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었죠. 그런데 개그맨으로 지내면서 느낀 게 '유재석은 유재석 한 명 뿐이다'라는 거였어요. 저는 늘 제자리였고요. 나름 유행어로 인기도 누려봤지만, 꿈이 점점 낮아지는 거예요. 그냥 오늘 하루 버티고, 이번 주는 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죠. 유재석 발도 못 따라가는 현실에 맞닥뜨리니까 언제부턴가 버티는 게 목표가 돼 버렸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 정승환
"저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개그맨이 되겠다, 웃기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죠. 원래 미래를 잘 설계하는 스타일은 아니예요. '개콘' 내에서 저의 자리가 잡힐 수 있는 정도면 좋겠어요. 잘 돼서 나갈 수도 있겠죠." - 박소라
마지막으로 정승환은 왜 '개그콘서트'에만 출연할 수밖에 없는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왜 '개그콘서트'만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어이가 없어요. 저희는 일주일에 5일을 '개그콘서트'에 쏟아붓고 있어요. 프로그램 6개 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래서 다른 방송 하기가 어려운 것 뿐이예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도 안 들어와서 못해요."
[개그맨 이문재 이상훈 정승환 박소라 김승혜.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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