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각성효과.
6강, 4강 플레이오프, 심지어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까지 관통한 핵심 키워드. 덕분에 이번 포스트시즌은 유독 명승부가 많다. 객관적 전력이 상대팀들보다 결코 좋지 않은 전자랜드가 써낸 감동드라마, 데이본 제퍼슨 없이 오히려 똘똘 뭉친 LG, 높이 약점을 극복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돌풍을 일으킨 KB. 이들은 비록 패자였지만, 엄청난 각성을 통해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파괴력을 발휘, 명승부를 이끌어냈다.
사실 승부처에서 터지는 일부 심판의 일관성 없는 판정, 부족한 경기운영의 묘가 각성 중인 선수들의 응집력을 흐트러트린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들은 그마저도 극복하며 포스트시즌 명승부를 완성했다. 여자프로농구 통합 3연패에 성공한 우리은행, 남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모비스와 동부 모두 객관적 전력 이상으로 각성한 팀들을 상대로 더 높은 응집력을 발휘했고, 결국 웃었다.
▲모비스·동부의 각성
모비스와 동부가 4강 플레이오프서 제대로 각성한 LG와 전자랜드를 물리친 건 승부처에서 LG, 전자랜드보다 더욱 높은 응집력을 뽐냈기 때문. 모비스의 경우 2차전과 4차전을 내줬을 때 전체적으로 공수에서 느슨한 플레이가 많았다. 그러나 3차전과 5차전서 모비스는 초반부터 잡은 리드를 쉽게 빼앗기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활약상이 뚜렷하지 않았던 박구영의 정확한 3점포, 5차전 4쿼터 아이라 클라크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건 승리 이상의 소득.
동부는 5차전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4차전서 데이비드 사이먼이 어깨에 부상해 비상이 걸린 상황. 위기 의식이 생긴 동부는 각성했다. 사이먼이 제대로 뛰지 못할 경우 전자랜드를 5차전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사이먼은 21분55초간 13점 8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승부처에서 골밑에 몸을 날리는 전자랜드 선수들을 상대로 통증도 참고 더 높은 전투력을 보여줬다. 사이먼의 부상으로 위기의식이 높아진 동부의 5차전 경기력은 무기력했던 4차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나이 많은 주전들의 경우 체력 부담 탓에 4쿼터만 되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게 동부의 결정적 약점이었지만, 5차전서 보여준 4쿼터 응집력은 대단했다. 김주성, 앤서니 리처드슨, 사이먼이 골밑을 점령한 게 컸다.
▲챔피언결정전은 어떨까
모비스와 동부가 29일부터 챔피언결정전을 갖는다. 챔피언결정전서 각성과 실전에 미치는 영향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단기전이면서 장기전 성격도 지닌 7전4선승제. 경기뿐 아니라 시리즈 속에서의 큰 흐름이 1~2차례 이상 돌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모비스와 동부가 그 변화하는 흐름을 장악하려면 역시 객관적 전력 이상의 전투력과 응집력이 필수. 위기를 맞이한 팀이 각성, 예상 밖의 결과를 몰고 올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동부로선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모비스를 승부처에서 극복하기 위해 각성이 절실하다. 일단 사이먼 부상이 현재진행형. 전력 상 손해는 분명하지만, 1차전부터 팽팽한 긴장감 유지가 가능하다. 각성을 위한 위기의식이 깔릴 수 있기 때문. 또 동부는 4강 플레이오프부터 김주성, 박지현 등이 체력안배를 위해 잠깐씩 코트를 비울 때가 있었다. 이때 나머지 선수들이 오히려 각성, 좋은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부터 방심 직후 각성, 좋은 경기력을 뽐냈다. 모비스 역시 동부와 마찬가지로 양동근, 문태영 등 주축들의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 동부도 마찬가지. 시리즈가 장기화될 경우 나이 많은 주축들의 체력을 벤치에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최대 관건. 그 과정에서 두 팀의 위기와 각성을 지켜보는 게 챔피언결정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모비스, 동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장면.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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