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많이 배운 하루였다.
KT 조범현 감독은 1일 수원 삼성전서 박세웅-안중열 배터리를 선발 출전시켰다. KT는 개막 이후 3경기서 베테랑 용덕한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책도 많았고 분위기도 바꿔봤다”라며 부산고 출신 신인 포수 안중열을 9번타순에 넣었다. 어차피 1군에서 써야 할 것이라면, 선발로 기회를 줘서 자신감을 키워주고자 하는 조 감독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선발투수는 KT 최고 기대주 박세웅. 박세웅은 2013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4년 KT에 1차지명된 우완투수. 지난해 퓨처스리그 21경기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4.12로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 시범경기서도 2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 1군 형님들을 상대로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도망가지 않고 담대하게 승부하는 모습이 단연 인상적이었다.
박세웅과 안중열은 모두 1995년생. 올해 만 20세. 합계 만 40세 배터리가 선발로 나섰다. 삼성 베테랑 포수 진갑용의 나이가 만 41세로 이들의 나이 합계를 뛰어넘는다. 두 사람은 역대 최연소 배터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프로 1군에선 보기 어려운 조합. 조 감독은 박세웅-안중열 배터리가 노련한 타자가 많은 삼성타선을 상대로 패기를 보여주길 바랐다.
3회까지 단 36개의 공으로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단 1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4회 와르르 무너졌다. 4개의 볼넷과 안타,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가 연달아 나왔다. 위협적이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제구가 흔들리면서 삼성 타자들이 공략했다. 1사 1,2루에선 이승엽에게 변화구 승부를 하다 우전안타를 맞았는데, 우익수 김사연이 무리하게 다이빙캐치를 시도, 타구를 뒤로 빠트리면서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보내줬다. 박세웅-안중열 배터리는 적시타를 내준 최형우와 이승엽에게 변화구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그러나 정직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면서 안타를 맞았다. 결국 경험 부족이 드러난 대목.
또 하나. 박세웅은 위기에서도 계속 빠른 템포로 승부했다. 3회까지는 제대로 통했지만, 4회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경기를 중계한 SKY 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도 “한 템포 늦추면서 투구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워했다.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간 상황서 투구 템포를 늦춰 삼성 타자들의 리듬을 깨는 게 좋았을 것이란 지적. 이 역시 박세웅-안중열 배터리의 경험 부족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총 88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145km까지 찍혔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와 볼이 똑같이 44개였다. 삼성 타선은 박세웅의 순간적인 난조를 두고 보지 않았다.
조범현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다들 자질이 좋다. 2~3년간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 좋은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기다려주는 게 맞다”라고 했다. 박세웅을 두고서는 “볼 스피드로만 승부하려고 한다.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해야 한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날 내용과도 연관이 있다.
박세웅과 안중열 40세 배터리는 데뷔 첫 경기서 삼성 타자들에게 한 수 배웠다.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잠재력은 풍부한 선수가 많은 막내구단 KT. 어쩔 수 없이 실전서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박세웅. 사진 = 수원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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