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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나는 땅볼 유도형 투수인데 수비가 뒷받침을 잘해줬고, 계투진도 잘 막아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의 시즌 첫 승 소감이다. 어찌 보면 참 교과서적인 소감이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큰 의미가 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 가사처럼, 한화라서 의미가 크다.
탈보트는 전날(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73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비자책) 호투했다. 팀의 4-2 승리를 이끈 탈보트는 올 시즌 첫 승과 더불어 한화의 시즌 첫 선발승 주인공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지난 2012년 9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전(5⅓이닝 3자책) 이후 무려 934일 만에 KBO리그서 승리를 따낸 것.
탈보트는 경기 종료 직후 "경기 전부터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았다"며 "특히 직구와 체인지업 제구가 좋았다. 그리고 나는 땅볼 유도형 투수인데, 오늘 수비가 뒷받침을 잘해줬고, 계투진도 잘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구체적인 승수보다는 매 경기 1구 1구 집중해서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수비와 계투진에 공을 돌린 건 탈보트의 '팀 퍼스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자 달라진 한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
이날 탈보트가 잡아낸 아웃카운트 15개 중 병살타 하나 포함 8개가 땅볼이었다. 나머지는 삼진 2개와 뜬공 5개. 3회초 1사 후 3루수 송광민의 다이빙캐치와 4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나온 4-6-3 병살 플레이가 탈보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5회초에는 무사 1, 3루 상황서 김태균과 교체돼 들어온 1루수 김회성의 홈 송구, 4-2로 쫓기던 2사 1, 3루 상황에서 나온 유격수 권용관의 호수비가 탈보트를 도왔다. 탈보트가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계투진의 활약도 눈부셨다. 탈보트의 뒤를 이은 권혁은 2이닝 1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선보였고, 윤규진은 1⅔이닝을 4탈삼진 퍼펙트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한화가 지난해까지 보여준 모습과 판이하다. 선발투수가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가면 계투진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에는 팀 평균자책점이 6.35로 1982년 삼미 슈퍼스타스(6.22)를 넘어 역대 최악이었다. 지난해 팀 실책도 113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탈보트가 KBO리그에 몸담았던 2012년에도 한화는 어이없는 실책으로 자멸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는 땅볼 유도형 투수 탈보트에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비단 탈보트가 등판하는 날뿐만 아니라 시즌 4경기에서 보여준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팀 평균자책점은 3.29로 KIA 타이거즈(2.33)와 두산(2.83)에 이어 리그 3위다. 수비 실책은 단 하나뿐이다. 전날 김태균이 두산 오재원의 강한 땅볼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나온 게 전부다. 이따금 아쉬운 수비도 나오지만 이전처럼 납득할 수 없는 플레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는 얘기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전지훈련 기간에 가장 공들인 부분도 수비와 마운드다. 한화의 최대 약점이었다. 그런데 한화의 3년 연속 최하위 시발점인 2012년 KBO리그를 경험한 외국인 투수가 "수비와 계투진 덕에 결과가 좋았다"고 한 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탈보트의 첫 승 소감을 단순한 예의상 발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한화 이글스 미치 탈보트가 대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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