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이닝 4실점인데 뭐가 잘했다고 칭찬하는지 모르겠네요.”
KT 조범현 감독은 외국인 투수 셋(필 어윈, 앤디 시스코, 크리스 옥스프링)을 선발진 중심에 놓고 올 시즌을 운영할 예정이다. 그런데 4선발도 고정이다. 주인공은 지난해 1차지명으로 선발한 우완투수 박세웅. 경북고를 졸업한 만 20세 신예. 지난해 퓨처스리그 21경기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4.12로 좋았다. 올해 시범경기서도 2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
1일 수원 삼성전서 선발투수로 프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5이닝 4피안타 4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3회까지 삼성타선을 퍼펙트로 막았고, 5회에도 실점하지 않았다. 다만 볼넷 4개를 내주며 와르르 무너진 4회가 아쉬웠다. 그래도 신인임을 감안하면 잘 던졌다. 조 감독은 물론, 삼성 류중일 감독과 베테랑 포수 진갑용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4회의 재구성
2일 수원 삼성전이 우천취소 되기 직전 만난 박세웅은 “5이닝 4실점인데 뭐가 잘했다고 칭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매일 야구 일기를 쓰는데 데뷔전 패전이 너무 아쉬워서 일기를 하루 걸렀다고 했다. 대단한 승부욕이 엿보이는 대목. 또한, 보통 신인이면 데뷔전이 너무 떨려서 복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세웅은 “긴장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편했다”라며 경기를 차분하게 복기했다.
역시 4회가 아쉬웠다. 박세웅은 “1사 2루에서 박석민 선배를 상대할 때 1점 준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했는데 너무 어렵게 갔다”라고 했다. 당시 박세웅은 선두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준 뒤 박한이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박석민에게도 볼넷. 최형우와의 승부는 더 아쉬웠다. 박세웅은 “최형우 선배에게 첫 타석에선 체인지업을 던져 잡아냈다. 작년 한국시리즈 직전 연습경기서도 그렇게 3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는데 역시 두번은 당하지 않으시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음 타석에서 슬라이더로 최형우를 잡았다며 뒤늦게 아쉬워했다. 당시 박세웅은 최형우에게 1타점 중전적시타를 맞았다.
박세웅은 3회까지 삼성 타선을 퍼펙트로 막았다. 그는 “3회말 공격할 때 덕아웃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 타순이 한 바퀴를 돌았으니 대책을 갖고 나올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4회 투구패턴을 바꿨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날 좋은 공이 있으면 안타를 맞을 때까지 투구패턴을 바꾸지 않고 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는 걸 느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자책했다.
▲에이스로 가는 첫 걸음
박세웅에게 더욱 인상적인 대목은 남 탓을 하지 않는다는 점. 사실 4회 1점을 내준 뒤 1사 1,2루서 이승엽에게 내줬던 2타점 3루타 당시 우익수 김사연의 대처가 약간 아쉬웠다. 타구는 낮고 빨랐다.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갔다. 김사연이 그대로 포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안전하게 원 바운드로 단타 처리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김사연은 몸을 앞으로 날려 무리하게 다이빙캐치를 시도했다. 타구는 김사연 앞에서 바운드 된 뒤 그라운드에 누운 김사연의 뒤로 힘차게 굴러갔다. 순간의 타구판단 미스로 승부 흐름이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갔다. 마운드에 있는 박세웅으로서도 힘 빠지는 결과.
하지만, 박세웅은 “경기를 하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사연이 형이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 쿨하게 반응했다. 오히려 “첫 타석 몸쪽으로 바짝 붙였더니 이승엽 선배의 방망이가 늦게 나와 중견수 플라이를 잡았다. 그땐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승부해야 했다”라며 그 타구를 내준 것 자체를 더 아쉬워했다.
박세웅은 데뷔전 패전으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꼼꼼한 복기와 반성은 박세웅을 더 강인한 투수로 만들어줄 시금석. 남 탓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좋은 투수로 가는 지름길. 조 감독 역시 “몸은 비리비리(말랐다)해도 한번도 아프단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것도 자기 복”이라고 했다. 박세웅도 “특별히 몸 관리를 하진 않았다. 다만, 술 담배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러모로 KT 토종 에이스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조 감독은 박세웅을 팍팍 밀어줄 계획이다. 막내구단 KT에 꼭 필요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탄생할 지도 모른다.
[박세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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