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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방송사에선 때가 되면 다들 하는 개편이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개편이 SBS에겐 진짜 '신의 한수'가 됐다. 다른 방송사와는 달랐던,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모험을 선택한 개편이었기에 그 결과물이 더 의미 있다.
전체적으로 시청률 부진을 보였던 SBS는 봄을 맞아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그저 편성 시간을 바꾸고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단순한 개편이 아니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해도 무방할 과감한 도전이었다.
SBS의 제일 큰 결정은 주말드라마 폐지였다. 24년 역사를 뒤로 한 채 주말드라마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는 주말드라마 대신 새롭게 단장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토, 일요일 각각 편성된 프로그램은 설연휴 파일럿으로 방송돼 호평을 얻은 '아빠를 부탁해'와 부침 속에서도 개그에 대한 열정 하나로 끝까지 무대를 지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다.
개편 후 첫방송에서 SBS의 모험은 제대로 통했다. '아빠를 부탁해'는 각 부녀들에 대한 관심은 물론 시청률까지 껑충 뛰었다. 화제성과 성적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본방송 뿐만 아니라 비하인드 영상까지 더해지면서 인터넷상에서도 관심을 끌어 시대에 발맞춰 발전하는 방송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웃찾사' 역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과거 전성기와는 달리 부진한 성적으로 폐지됐던 '웃찾사'는 다시 살아난 뒤에도 이렇다할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SBS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범람 속에서도 코미디의 뿌리를 지키려 했고 개편을 통해 '웃찾사'를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심지어 편성이 변경된 '웃찾사'는 KBS 2TV '개그콘서트'와 겹치는 시간대가 존재해 정면 대결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편성 시간이 변경된 뒤 '웃찾사'는 현재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심야 시간대 편성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과 달리 주말 밤 편성 되면서 시청자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심기일전한 이들의 개그가 재평가 되고 있다.
대대적 개편으로 인해 편성 시간을 변경한 '한밤의 TV연예' 또한 제 역할을 해냈다. 기존의 수요일 오후 8시 45분 방송 시간을 수요일 밤 11시 15분으로 바꾼 뒤 2주만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수요일 심야 시간대 1위를 지키던 예능 프로그램이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라는 것도 눈에 띈다. KBS 2TV '투명인간'이 저조한 시청률을 보여 폐지를 결정하고, SBS가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새 예능 프로그램 제작과 폐지를 반복한 가운데 독주를 이어갔던 '라디오스타'의 자리를 위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SBS의 대대적인 개편은 초반 기세를 잡았다. 남은 숙제는 이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개편이 아닌, 사활을 건 개편인 만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기존의 콘텐츠를 더욱 업그레이드시킬 새로움은 물론이고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할 프로그램만의 경쟁력도 굳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때 되면 다 하는 개편이지만 SBS의 과감한 도전은 뭔가 달랐음을 증명하길 기대해 본다.
['아빠를 부탁해', '웃찾사', '한밤의 TV연예'.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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