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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근형(75)이 꼬장꼬장하고 까칠한 할아버지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위풍당당한 회장님, 젠틀한 로맨티스트 모습과 180도 다르다.
그는 영화 '장수상회'에서 70세 연애초보 성칠 역을 맡아 금님(윤여정)과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첫사랑보다 서툴고, 첫 고백보다 설레고, 첫 데이트보다 떨리는 노년의 멜로는 연기경력 도합 103년인 두 배우의 몸을 빌어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특히 무뚝뚝한 성격에 버럭 하는 일이 잦은 성칠이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입가에 웃음을 짓게 된다.
"언론시사회 때 '장수상회'를 처음 봤어요. 이것저것 일을 하다 들어와 봤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한 건지 생각조차 못 했어요. 딴 건 전부 기억이 안 나는데 힘 있게 시작되고 한 곳으로 이야기를 몰고 갔던 건 떠올라요. 편집이 대단한 힘을 발휘하더라고요. VIP시사회 때 제대로 보려고 합니다."
편집의 힘은 이 영화의 반전을 위해 발휘됐다. 모든 인물, 상황 등이 후반부의 반전을 향한 포석이다. 박근형 역시 반전을 위해 연극학도처럼 계획을 세웠고, 차근차근 자신의 몸으로 연기했다. "연기 플랜을 정확히 설정해 놔 흔들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는 박근형은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 영화 '장수상회'를 연극적으로 접근한 작품으로 꼽았다.
"어느 배우나 연기 플랜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자기 몸을 빌어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데 목적이 있고, 의식이 있고, 메시지가 있어야죠. 시키는 대로만 하는 배우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내부에서 느끼고, 외부로 표현해야 해요."
이렇게 철저한 계산 아래 연기를 했지만 말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장수상회'에서는 반전이 큰 의미를 지닌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위해 달려갔지만 말 그대로 반전이기에 관객의 재미를 위해 함구해야 한다.
"반전 때문에 이야기를 못해 답답해 죽겠어요. 하하. 전반부만 놓고 말하자면 그냥 그 사람의 성격대로 살고 있는 모습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걸 적극성 있게 표현했죠."
박근형은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75세의 주인공이라니,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박근형 역시 '행운'이라고 표현하며 즐거워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못하잖아요. 70년대부터 상업성이 짙어져 그렇게 됐죠. 저희 나이대가 연극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의 연극사에 일정부분 기여한 사람들이에요. 이 자원을 한꺼번에 날려버린거죠. 이제는 남아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나라에서는 예술 문화 진흥을 위한다는데, 밑바탕이 없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런데 저에게 행운이 온 거죠. 70대에 주연이라니, 이건 자다가도 잠이 안 와서 일어나야 할 일이에요. 뺏어갈까 꼭 껴안아야 하는 일이죠."
박근형이 바라는 건 이 영화를 통해 자신 같은 노년의 배우들이 활동할 기회가 더 넓어지는 것이다. '장수상회'가 노년 배우들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고 있다.
"어깨가 무거워요. 성공을 시켜놔야 전문가나 이쪽 계통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런 작품이 필요하다고 할 거 아녜요. 후학에게도 이야기해서 다시 (우리 같은) 배우들이 어우러지길 바라고 있어요."
[배우 박근형.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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