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설상가상이다.
동부 윤호영의 왼쪽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하다. 인대 부분파열 진단. 챔피언결정전 잔여 4경기 중 단 1경기라도 내주면 그대로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동부. 그렇지 않아도 기세와 전력에서 밀리는 상황. 4일 원주에서 열리는 4차전서 윤호영이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동부로선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동부는 벼랑 끝에 몰렸다.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 저하로 팀 전체적인 골밑 지배력이 매우 약화됐다. 양동근 봉쇄 숙제도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3차전서 사상 초유의 보조계시원 중도 퇴장 문제로 모비스, KBL과 대립 중이다. 이래저래 동부로선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
▲트리플타워 해체, 옵션 아닌 승부수
김영만 감독은 3차전서 김주성~윤호영~데이비드 사이먼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타워를 부분적으로 해체했다. 김주성을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경기 도중 김주성과 윤호영을 서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윤호영이 팔꿈치 부상을 당한 이후 경기 막판에도 트리플 포스트를 가동하지 않는 시간이 길었다. 김 감독은 허웅, 안재욱, 두경민 등을 동시에 기용해 스피드를 강화했다.
전체적으로 축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자연스럽게 수비 중심을 골밑에서 외곽으로 옮겨 양동근 봉쇄를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4쿼터 승부처에서 양동근을 막지 못했지만,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도 않았다. 허웅의 반짝 활약도 있었다. 어차피 김주성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동부 골밑 제공권, 골밑 수비력은 많이 약화된 상황. 4차전서 외곽포만 좀 더 활발하게 터진다면 스피드를 강화한 라인업은 모비스에 적지 않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윤호영의 몸 상태에 따라 트리플타워를 가동하지 않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만약 윤호영이 4차전서 결장할 경우 40분 내내 트리플 타워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결국 김주성과 데이비드 사이먼이 골밑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 아이라 클라크, 함지훈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모비스는 문태영까지 골밑에서 미스매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동부로선 경기 흐름이 불리할 때 기습적으로 트리플타워를 해체, 스피드를 강화하면서 상승세를 탈 수는 있다. 하지만 40분 내내 트리플타워를 가동할 수 없다면 동부는 확실히 손해다.
▲최후의 각성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객관적인 힘이 달리는 전자랜드와 LG가 예상을 뒤엎고 SK, 동부, 모비스를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전자랜드와 LG의 엄청난 각성이 있었다. 객관적 높이가 달린 전자랜드는 SK, 동부 장신숲에 몸을 날려 제공권 열세를 최대한 만회했다. 또 외곽에선 스크린을 활용한 정교한 움직임으로 무수한 3점슛 찬스를 만들었고, 승부처에서 수 차례 클러치 득점을 만들어냈다. LG 역시 데이본 제퍼슨 퇴단 이후 국내선수들과 크리스 메시가 더욱 긴밀한 조직력을 발휘, 모비스를 벼랑 끝까지 몰아쳤다.
이번 챔피언결정 1~3차전서 동부에 그런 각성이 보이지는 않았다.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이 달리면서 골밑이 약화되자, 승부처를 넘기는 힘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런 동부에 윤호영의 부상은 다시 한번 각성할 수 있는 기회. 냉정히 볼 때 윤호영은 17점을 넣은 2차전 정도를 제외하곤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그렇게 팀 공헌도가 높지 않았다. 체력 저하로 상대에 부담을 안기는 포스트업 득점이 거의 없었다. 윤호영이 직접 각성해 모비스 골밑에 타격을 안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팔꿈치를 다친 윤호영이 설령 출전하더라도 지난 3경기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동부엔 윤호영만 있는 게 아니다. 베테랑 박지현과 김주성을 비롯해 젊은 허웅 두경민 박병우 김창모 등이 버티고 있다. 앤서니 리처드슨 카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젊은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게 단점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상황서 별 다른 방법은 없다. 어차피 위력 떨어진 골밑만 믿고 경기할 수는 없는 상황. 결국 지금 동부에 필요한 건 나머지 선수들의 엄청난 각성이다. 윤호영의 출전 여부와는 별개로 4강 플레이오프서 자신들을 괴롭혔던 전자랜드 특유의 전투력이 지금 동부에 반드시 필요하다.
[윤호영(위), 동부 선수들(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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