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성근 감독님한테 펑고도 받았다니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2000년부터 수비, 작전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한화 김성근 감독이 삼성 2군 감독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코치 첫 해였다. 김성근 감독님에게 직접 펑고를 받아봤다”라며 껄껄 웃었다.
선수생활을 그만 둔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펑고를 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류 감독은 “김 감독님 펑고는 대단했다. 볼 끝이 살아서 들어왔다. 지금도 펑고를 잘 치기로 유명한 분인데 15년 전이니 어땠겠나”라고 혀를 내둘렀다. 당시 약 50개 정도의 펑고를 받은 류 감독은 결국 헉헉거리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왜 야신의 펑고를 받았을까
당시 류 감독은 초보코치 신분으로서 김 감독이 펑고를 치기 편하게 옆에서 공을 올려주고 있었다. 류 감독은 “2군 선수들이 펑고를 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나보고 ‘니가 한번 받아봐’라고 하신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류 감독은 2군 선수들 앞에서 직접 ‘살아있는 교재’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류 감독은 “아마 김 감독님이 2군 선수들에게 내가 펑고를 받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류 감독은 현역 시절 수비를 매우 잘했다. 그도 “나이가 들면서 눈이 나빠졌고, 타석에서 공이 잘 안보였지만, 수비는 끝까지 자신 있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1987년부터 13시즌 동안 뛰었고 한국나이로 37세에 은퇴했다. 당시만 해도 선수생활을 매우 오래한 케이스. 은퇴 직후에도 녹슬지 않은 수비실력을 뽐냈으니 류 감독이 현역 시절 몸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짐작이 된다.
▲모범 베테랑이란
류 감독은 시즌 들어가기 전 “베테랑들이 향후 2~3년간 자신의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삼성은 전체적으로 신구조화가 잘 돼 있다. 하지만, 주축들 중 은근히 나이 많은 베테랑이 많다. 베테랑들의 기량이 떨어지면 팀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류 감독 견해. 당장 젊은 선수들이 더 치고 올라오지 못할 것에 대비, 베테랑들의 기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분석.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몸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게 류 감독 지론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스트레칭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잔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예방 차원에서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 다시 말해 모범 베테랑의 조건.
삼성은 내년부터 신축구장으로 옮긴다. 새 구장에는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확충하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류 감독은 “일본은 경기 후 선수들이 마사지를 받고 퇴근하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그만큼 트레이너 숫자가 많다. 우리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내년부터 삼성만큼은 경기 후 웨이트와 마사지를 받는 문화를 정착, 선수들의 현역 수명을 늘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그렇다고 해서 베테랑들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류 감독은 “프로는 베테랑이라고 해서 봐주는 게 아니다. 일단 베테랑이라면 아프지 않아야 하고,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전성기만큼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은 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 감독이 15년 전 코치 시절 김성근 감독에게 50개의 펑고를 거뜬히 받은 건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모범적으로 선수생활을 마쳤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류 감독 자신이 바로 성공한 베테랑이었다. 류 감독이라면 얼마든지 삼성 베테랑들에게 ‘모범 베테랑’의 표본을 제시할 수 있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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