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그를 빼놓고 모비스 농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 결국 유재학 감독의 승리다. 정규시즌 통산 500승에 빛나는 유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일궈낸 결과물이나 다름 없다. 구단은 4강 플레이오프 직전 5년 계약을 안기며 유 감독에 대한 변함 없는 믿음을 보냈고, 유 감독도 구단에 프로농구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로 보답했다.
모비스의 비 시즌은 꽤 불안했다. 함지훈과 이대성이 부상 후유증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유 감독 역시 2년 연속 비 시즌 모비스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주전들이 나이는 적지 않게 찼는데, 백업들의 성장 폭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객관적인 이름값만 높고 보면 모비스는 LG, SK, 오리온스 등을 결코 압도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모비스는 2009-2010시즌 이후 5년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04년 부임한 유재학 감독이 팀에 이식한 특유의 시스템 농구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긴 시간 훈련하진 않지만,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훈련한다. 기본적으로 맨투맨 수비를 엄청나게 강조한다. 모비스 특유의 사이드 스텝 훈련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또 선수 개개인의 장, 단점을 정확히 지적, 수정을 지시한다. 그게 되지 않는 선수는 모비스에서 뛸 수가 없다. 때문에 모비스는 고비 속에서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역량 이하의 결과물을 도출하진 않는다.
여기에 객관적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쟁 팀들의 약점을 교묘하게 건드리는 유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게임 플랜 수립능력,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이 결합돼 좀처럼 지지 않는 농구를 한다. 유 감독이 전자랜드, 오리온스 등에 의해 깨졌던 3-2 매치업 존을 한 동안 고집했던 것도 확실한 2번이 없고 3번 문태영의 1대1 수비력이 약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역시 마찬가지. 유 감독은 시작부터 “동부가 전자랜드보다 편한 상대.”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이 떨어졌다.” 역시 동부의 전력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본 유 감독 특유의 정확한 통찰력에서 나온 코멘트였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나는 항상 있는 그대로 말한다. 코트 밖에서 머리를 굴릴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상대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동부의 현실을 그대로 짚은 것이었다. 실제 모비스는 김주성과 윤호영의 약점을 건드리기 위해 컨디션이 올라온 아이라 클리크 활용을 극대화했다. 또 양동근을 중심으로 한 빠른 트랜지션 게임도 강화했다. 결국 모비스는 동부에 단 1경기도 내주지 않은 채 퍼펙트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런 그도 지난해 LG와의 챔피언결정전서는 “제퍼슨은 도저히 막을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못 막으면 지는 것”이란 말을 수차례 했다.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서도 한국농구의 현주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농구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다.
모비스는 객관적 전력이 나머지 9개구단을 압도할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차지한 것, 올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한 건 ‘만수’ 유 감독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투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그는 다음시즌부터 시작되는 5년 임기 초반을 리빌딩에 쏟겠다고 선언했다. 5년 계약의 중, 후반부에는 결국 리빌딩을 바탕으로 다시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의미. 이제까지 농구판에서 그가 내뱉은 말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 감독은 정상에서 또 다시 밝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이제 한국농구의 그렉 포포비치 반열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품 마에스트로다.
[유재학 감독. 사진 = 원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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