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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신소율의 프로필상 공식 데뷔작은 2007년 영화 '궁녀'다. 그러나 실제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04년이다. 올해로 데뷔 11년 째. 적지 않은 경력을 자랑하지만 얼굴만큼은 신인배우처럼 여전히 동안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작고 귀여운 외모에서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드러낼 때면 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5개월간 미혼모로 살았다.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일일드라마 '달콤한 비밀'(극본 김경희 연출 박만영)에서 미혼모 한아름 역으로. 주연도 처음이었다. 덕분에 지난해 '2014 KBS 연기대상'에서는 일일극 부문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신소율은 종영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한 5개월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가 보통 작품 끝나기 1주일 전부터 D-DAY(디데이)를 계산해요. 원래 종영 한 달 정도 남았을 때가 제일 지치고 힘든데, 이번 드라마는 이상한 게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도 촬영 5일 남겨놓고 현장에 가기가 싫더라고요. 끝날까봐. 주인공도 처음이었고,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뭔가 제가 깨닫지 못한 행복들이 갑자기 몰려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촬영장 가기가 싫었어요. 이중적인 마음이었달까."
미혼모 역할이었던만큼 주인공 한아름 역의 신소율과 함께 딸 티파니 역 역시 중요했다. 특히 '달콤한 비밀'은 방영 내내 이 티파니 역의 아기가 연기하는 모습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신소율은 "벌써 아기가 보고 싶다. 아기가 4개월이었을 때부터 촬영을 했는데, 지금은 뒤집기도 쉽게 한다. 가장 예쁜 기간에 저와 함께 촬영한 거다"라고 회상했다.
"아기 어머니와 할머니가 촬영장에 늘 함께 계셨어요. 원래 티파니가 쌍둥이거든요. 두 분이 한 명씩 안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아기를 건넬 때마다 '엄마한테 가'라고 하시는데, 정말 이상했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보여줄 게 있다면서 아기들이 옹알이 하는 걸 보여줬는데, 저에게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한 번 뿐이었지만, 그때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신소율이 처음 '달콤한 비밀'에 캐스팅 됐을 때 미혼모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사실이 꽤 주목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적지 않은 연기자들이 미혼모 연기를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보니 연기하는 데 있어서도 적지않은 애로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소율은 미혼모 연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드라마 '정글피쉬'에서 고등학생 미혼모 역할을 한 적이 있었어요. 사실 그때도 많은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미혼모를 연기한다고 해서 크게 고민을 하진 않았어요. 일단 저는 주인공 오디션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오디션에서 '유나의 거리'를 촬영하다 가서 약간 정신 없이 내숭도 못 떨고 그랬는데, 감독님이 그걸 좋게 보셨더라고요. 그래서 출연하게 됐죠."
그렇게 기분 좋게 촬영에 임했지만, 촬영 내내 신소율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다행히 몰입이 잘 되는 날에는 펑펑 울면서 오히려 가슴 속 한 켠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반대로 몰입이 안되서 운 날은 기분이 우울해졌다. 신소율은 "진짜로 우는 것과 가짜로 우는 것이 차이가 많이 난다"며 "이별하는 장면은 오히려 쉬운데, 좋아하는 마음을 숨겨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은 답답해서 눈물이 안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아름이 미혼모 캐릭터라 동정심을 유발할 법도 했지만, 사실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결코 동정심을 유발할 수 없는, '엄친딸'같은 캐릭터다. 한아름의 아버지는 문화부 차관까지 지낸 공직자였고, 어머니 역시 모자랄 데 없는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동생은 반듯했고, 여기에 한아름 본인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즉,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다는 얘기. 단지 유학 중 만난 남자와 연애를 하다 임신한 사고 뭉치였다는 말이다. 게다가 출산 후 한국에 와서는 직장 상사와 연애까지 한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동정심 유발이 안되는 캐릭터였어요.(웃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툭하면 울기만 하니 악플(악성댓글)이 많았죠. 솔직히 저도 '민폐' 캐릭터에 '밉상' '비호감' 캐릭터라는 걸 알고 연기했어요. 그래서 악플에 반박도 못했죠. 그런데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 분들이 정을 많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동정심을 유발하고 공감을 이끌어 냈어야 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5개월간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신소율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는 결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아기 때문이다. 신소율은 "제가 안절부절 못하는 성격이다. 갑자기 뭔가가 확 오면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만약 제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마 밖에서 일하다가도 아프다는 말만 들어도 '멘붕'이 올 것 같다. 그리고 아직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이다. (결혼은) 전혀 생각이 없다. 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히 신소율이 외로움을 느낀 틈은 없어 보였다. 평소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신소율은 "드라마가 다행히 야구 개막 시즌에 맞춰 끝났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취미는 취미일 뿐,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여느 배우 못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쉴 틈 없이 일을 했던 신소율은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할 법도 했지만, "뭐든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 늘 얘기해요. 노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예전에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노래를 한 적이 있는데, 편집이 됐더라고요. 그때는 윤종신 선배님과 같은 회사가 아니었고요. 그래도 기회만 준다면 OST라도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노래 기교는 없지만 음정은 정확하거든요. 그리고 예능 출연도 겁나지 않아요. 단시 회사에서 겁을 내고 있는 거죠. 제가 예쁜 척 하다가 꽂히면 제어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여배우라는 걸 회사에서 늘 주입시켜줘요."
[배우 신소율.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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