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캠프 때 열심히 했어"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야신' 김성근 감독도 인정했다. 그래서일까. 첫 출발이 좋지 못했던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한화 우완투수 장민재(25)는 지난 3일 마산 NC전에 등판했으나 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한화는 다음날 곧바로 장민재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하지만 장민재는 다음날에도 마산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가 열리기 전, 그는 다시 마운드를 밟았다. 다름 아닌 배팅볼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1군에서 뛰었던 불펜 요원이 배팅볼을 던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7일 대전 LG전에 앞서 열린 라이브 게임에서는 투수로 나오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배팅볼을 던지면 컨트롤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캠프 때 열심히 했다. 좋은 커브를 갖고 있다"라고 장민재의 가능성을 주목한 김성근 감독은 "불펜 피칭을 해보고 2군에서 던지게 할 것"이라며 장민재를 좀 더 다듬어볼 것임을 이야기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밟은 1군 마운드였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장민재는 내일을 꿈꾼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그는 "나중에 팀이 순위권을 왔다갔다하는 중요한 상황일 때 폐를 끼치는 것보다는 낫다. 차라리 다행이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엔트리에서 제외돼 배팅볼을 던지는 자의 마음은 겪어본 자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장민재는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장민재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36경기에 나와 87⅔이닝을 던져 1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06을 기록한 그는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고비는 바로 다음 해에 찾아왔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다음 해(2012년)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가 저리기 시작하더니 오키나와에서는 아예 공을 잡지 못하겠더라. 그래도 며칠 쉬니까 괜찮았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 큰일이 났다"
그는 당시 시범경기를 마치고 검진을 받았고 병원으로부터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에게 또 한번의 수술이 찾아온 것이다. 사실 장민재는 팔꿈치 수술과 인연(?)이 깊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한 그는 6학년이 되던 해에 첫 수술을 받았다. "그때는 하루에 경기가 두번이 있기도 했다. 오전에 3이닝, 오후에 3이닝을 던지고 야간 훈련도 했었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했다"라는 게 그의 회상. 고교 시절에도 또 한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프로에 와서도 수술과의 악연을 끊지 못했다.
결국 수술대에 오른 그는 2012년 8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고 다시 1군 무대에 서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말한다. "생각보다 나도 사연이 많은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못하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고.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시 이를 악물은 장민재는 1군 무대에서 후회 없는 피칭을 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장민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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