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의 개인통산 100승.
한국야구 역대 단 24명만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더구나 왼손투수 100승은 역대 최다승(210승)에 빛나는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에 이어 두번째. 성준(97승), 김정수(92승), 주형광(87승)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왼손투수들도 100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물론 류현진(98승)이 2013년 LA 다저스에 가지 않았다면 장원삼(삼성)보다 먼저 100승을 했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장원삼의 100승 가치가 깎이는 건 절대 아니다.
10승을 10년 해야 100승이 완성된다. 투수가 한 시즌을 10승을 달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10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한다. 남들보다 기량이 좋아야 하고, 투수의 숙명인 부상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 장원삼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켰다. 지난 9년간 허리, 등의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투수에게 치명적인 팔꿈치, 어깨 부상이 거의 없었다. 또한, 두자리 수 승수를 6차례나 달성했다. 12~13승 정도를 꾸준히 올렸고 2012년엔 17승으로 승수를 바짝 벌었다. 2007년, 2009년, 2011년 10승을 달성하지 못해 '홀수해 징크스'가 있었지만 옛날 얘기다. 2013년 13승을 거두면서 최근 3년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거뒀다.
▲모범생 FA투수의 상징
장원삼의 100승은 많은 상징성이 있다. 특히 FA 투수로서 100승을 달성한 게 인상적이다. 장원삼보다 먼저 100승을 달성했던 23명의 투수들 중 FA 계약을 맺은 투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FA 계약 이후 쇠퇴기를 걸었다. 송진우 해설위원, 배영수(한화) 정도를 제외하고 1999년 FA 제도 도입 이후 FA 투수의 롱런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 5년 정도의 흐름을 보면 FA 타자들의 성공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홍성흔(두산) 이진영(LG) 정성훈(LG) 등은 팀을 옮긴 뒤 좋은 활약을 보여준 케이스. 그에 비하면 거액을 받은 FA 투수의 경우 이적생 성공사례는 아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정에 남은 FA 투수 중에선 송진우 배영수에 이어 장원삼이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장에선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소모품이라 FA 계약(풀타임 9년, 대졸 장원삼의 경우 8년)을 맺을 정도로 꾸준히 뛰어왔을 경우 FA 계약 전후로 부상 위기가 찾아오게 돼있다"라고 지적한다. 장원삼은 2013시즌 후 삼성과 4년 60억원 FA 계약을 맺었다. 윤성환(삼성,80억원), 장원준(두산,84억원), 윤석민(KIA,90억원)에 의해 최고몸값 FA투수 기록은 깨졌지만, 여전히 장원삼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지난해 11승5패 평균자책점 4.11로 아주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큰 부상 없이 제 몫을 해냈다. 수년 전부터 삼성 선수들 사이에서 습관처럼 굳어진 개인 해외훈련 역시 장원삼도 동참해왔다. 철저하게 몸을 관리하며 내구성의 누수를 막아왔다. 강속구 투수가 아닌데다 투구 폼이 부드럽다. 앞으로 부상으로 고생할 가능성은 낮다. 만 32세. 모범생 FA투수로 롱런할 가능성이 크다.
▲왼손투수 100승, 다음 주인공은
그렇다면 장원삼의 뒤를 잇는 100승 왼손투수 후보로는 누가 있을까. 일단 류현진은 국내 복귀 시기 자체가 불투명하다. 일단 86승을 기록 중인 장원준이 있다. 공교롭게도 장원준은 올 시즌부터 FA 대형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FA 최고액 왼손투수. 그것도 팀을 옮긴 FA 투수 고정관념에 고전 중이다. 장원준이 올해 혹은 내년에 100승을 달성한다면 장원삼과 함께, 혹을 뒤를 이어 FA 투수 성공사례에 합류할 수 있다.
84승의 김광현(SK)도 100승을 향해 달려간다. 올해 혹은 내년이면 100승 달성이 유력하다. 김광현은 2016시즌 후 FA로 풀린다. 올 시즌 후 지난해 가을처럼 SK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다면 100승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내년까지 SK에서 정상적으로 뛴다면 FA 계약도 맺기 전에 통산 100승을 올리는 왼손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뒤로는 양현종(KIA)이 눈에 띄지만, 아직 통산 63승이라 100승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외에는 별 다른 왼손 100승 도전자원이 보이지 않는 실정. 현대야구에 왼손투수는 흔하지만, 통산 100승을 노릴 정도의 꾸준함과 내구성을 갖춘 왼손투수는 여전히 귀하고 가치가 높다. 장원삼의 100승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장원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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