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렇게 사랑스러운 뮤지컬이 또 있을까. 여기 부모님과 함께 꼭 봐야 할 뮤지컬이 있다. 지난 2006년 초연 당시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은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다.
인터넷 심야방송을 운영하던 지선이 감전 사고로 인해 1973년 음악다방 쎄시봉에서 풋풋한 엄마와 아빠를 만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7080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할 70년대를 그 느낌 그대로 무대와 소품으로 옮겨왔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작은 무대를 꽉 채우는 노처녀 지선의 기타 연주와 센스 넘치는 노래로 시작된다. 직접 치는 기타는 수준급이고 시원한 가창력은 초반부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한다. 엉뚱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공감되는 가사와 함께 영상이 덧입혀져 흥미를 자아낸다.
현란한 기타 연주와 노래로 혼을 쏙 빼놓은 뒤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느새 관객들을 같은 시공간에 놓이게 한다. 노처녀 지선이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와 갈등을 겪는 가운데 부모님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웃음과 눈물을 동반해 탄탄하게 펼쳐진다.
오미영 연출은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소박한 우리 이야기에서 감동을 찾기에 공감은 배가 되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동은 더 깊어진다. 우리 엄마, 아빠의 이야기이기에 관객들의 눈물샘은 더욱 자극되고 그 안에서 더 큰 울림이 있다.
현실을 뒤로 하고 꿈을 좇는 탓에 엄마와 갈등이 깊어진 딸은 자신보다도 어린 나이의 엄마, 자신보다도 더 순수하게 꿈을 쫓는 과거의 엄마를 만나게 된다. 홀로 딸을 키우느라 악착같이 살아가는 엄마의 과거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면서 그토록 악착같았던 엄마의 속내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빠의 존재를 가슴 속에 묻는다.
엄마가 꿈을 접은 이유,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을 딸 앞에서 욕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이 관객들을 눈물 짓게 한다. '엄마 뱃속에 딸, 딸 가슴 속 엄마'라는 노래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엄마와 딸의 끈끈한 관계가 딸의 과거 여행을 통해 더 깊게 그려지고 이는 곧 관객들의 마음까지 뜨겁게 한다. 배경이 순대국밥집인 만큼 먹방의 묘미와 함께 따끈한 순대국밥 한그릇처럼 특유의 정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을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로 재기발랄하게 풀었다. 관객들 역시 과거로 돌아가 당시 향수에 빠진다. 70년대 감미로운 음악과 낭만적인 청년들의 이야기가 극 자체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더 짙게 한다. 70년대 영화를 보는듯한 인물들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고 웃음 가득한 연기도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한밤의 세레나데'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역량이다. 김영옥은 무심한듯 하지만 가슴 따뜻한 노처녀 딸로 분해 여성 관객들의 공감대를 더욱 높인다. 현란한 기타 연주와 함께 뻗어 나가는 시원한 가창력으로 관객들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한밤의 세레나데'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이명행 역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극중 딸 지선의 남자친구를 비롯 지선의 아버지 박봉팔 역을 맡은 이명행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 웃음을 책임진다.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박정자 역 유정민이다. 순대국집 할머니에서 과거 꿈을 쫓는 상큼한 처녀까지. 유정민의 다재다능함이 제대로 빛을 발한다. 과거 '쎄씨봉'에서 노래하고 사랑하며 꿈을 키우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이후 꿈에 좌절하고 사랑에 상처 받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을 눈물 짓게 한다.
우연히 만난 지선이 미래의 딸인 줄 모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순진무구한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까지 딸 지선으로 만든다. 엄마 역시 딸임을, 꿈꾸고 사랑하는 한 여자임을 깨닫게 하며 감동을 준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참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움 속에 감동을 전하니 울림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따뜻한 봄날 부모님과 함께 봐야만 하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그야말로 '강추' 뮤지컬이다.
5월 31일까지 서울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시간 100분. 문의 02-2278-5741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