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독보적이란 말 외에는 표현할 법이 없다. 저마다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뮤지컬배우들 가운데서도 그룹 JYJ 김준수는 단연 발군이다. 무대에서 소화하기 힘들고 어려울 수 있는 캐릭터도 김준수만의 방식으로 재탄생된다.
지금이야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아이돌이 뮤지컬 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물론 바쁜 스케줄로 인해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거나 실력 미달이 첫번째 이유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특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뮤지컬배우들이 지켜온 고유의 발성과 가창력 등 정해진 틀이 어느 정도 존재했기에 아이돌 가수들의 튀는 창법과 움직임은 다소 낯설었다. 그러니 편견은 더욱 깊어졌고,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활동이 활발해지기 전까지 이 편견을 깨야 하는 선발주자들의 고충은 상당했다.
고충 속에 선발주자로 나선 김준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기존 방식에 자신을 부자연스럽게 끼워 맞추기보다 본연의 모습으로 독보적 매력을 구축하는 법을 택했다. 가수 중에서도 독특한 목소리로 꼽히는 그이기에 뮤지컬계에서도 오히려 목소리와 특유의 창법을 무기로 내세웠다.
때문에 캐릭터 선택도 김준수만의 독특함이 배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2010년 데뷔작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의 순수함과 광기에 가까운 천재성이 김준수만의 독특함을 만나 극대화됐다.
이후 '엘리자벳' 토드 역에서 김준수의 뮤지컬계 독보적 캐릭터 창조는 빛을 발했다. 초, 재연 무대에 모두 오르며 완벽히 캐릭터를 분석한 그는 흑발과 짙은 아이 메이크업, 붉은 입술로 캐릭터를 표현하는가 하면 이후 탈색한 노란 머리, 검정 매니큐어 등으로 동물적이고 역동적인 초월적 존재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드라큘라' 속 드라큘라 역 역시 김준수만의 캐릭터가 더욱 돋보였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됐기 때문에 캐릭터 표현은 더욱 자유로웠다. 김준수는 이 자유로움을 제대로 흡수했다. 빨간 머리와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단번에 압도하며 뱀파이어의 치명적 매력을 배가시켰다.
최근 공개된 뮤지컬 '데스노트' 속 엘(L) 캐릭터컷 역시 김준수의 노련한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인다. 이번엔 민트색으로 머리를 염색해 엘만의 무기력하면서도 광기 어린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단순히 머리 색깔만 달라지는 것이 아닌 처음 선보이는 캐릭터 자체를 김준수 자신만의 것으로 흡수시켜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똑똑한 전략이다.
사실 김준수의 전략은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뮤지컬 고유의 매력을 중시하는 팬들에겐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티켓 파워 외에 뮤지컬배우로서 그가 이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은 뮤지컬배우로 그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호불호 속에서도 확실히 자신만의 호(好)를 구축해 나갔기 때문이다.
김준수는 굳이 불호를 호로 바꾸기 위해 맞지도 않는 틀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더 발전시켰다. 기존 뮤지컬배우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그 중에는 아이돌이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다.
꾸준히 자신만의 독보적 캐릭터를 탄생시킨 결과 '뮤지컬배우 김준수'에겐 청신호가 켜졌다. 가수의 인기를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뮤지컬배우로서 인정 받고 있다.
2010년 데뷔 첫해 신인상을 휩쓴데 이어 2012년에는 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수상, 2013년에 이어 2014년까지 골든티켓어워즈를 연달아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김준수는 뮤지컬계에 또 다른 길을 만들며 그 길에 청신호를 켰다. '김준수 뮤지컬'은 이제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할 수 있는 독보적 '브랜드 파워'다.
[김준수. 사진 = 씨제스컬처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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