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나태해질만도 한데 절대 그런 법이 없다. 날이 갈수록 무대는 더 무섭고 관객의 소중함은 더 커진다. 항상 성장하고 발전하니 그를 향한 관객들의 사랑은 식을 수가 없다. 뮤지컬배우 송용진 이야기다.
송용진은 현재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서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마마, 돈 크라이'는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불멸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인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면서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2인극의 묘미도 물론 있지만 프로페서V 모놀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작품인 만큼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발휘하는 송용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 아이부터 찌질한 교수, 평생을 사는 매력적인 뱀파이어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는 송용진을 보고 있으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무대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관객들을 쥐락펴락 하는 그의 매력은 '마마, 돈 크라이'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송용진은 "정말 힘들다"며 만만치 않은 연기 이야기를 꺼냈다. "타임머신 타고 갈 때 춤추고 노래 하면서 제일 힘들어 고비인데 별 생각이 다 들고 놓고싶다"며 고개를 저을 정도다.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하다 보면 정말 힘들어요. 더 살살 해야 되는데.. 조절하면서 하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다 티가 나요. 관객들이 따라 오는게 확실히 다르거든요. 2인극이지만 전체적으로 프로페서V가 템포를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한 번 놓친걸 다시 잡기가 힘들어요."
관객들을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기에 초반이 중요하다. 백작이 나오기 전까지 어느 정도 관객들을 잡아놔야 이후부턴 쉽게 갈 수 있다. 공연은 템포가 중요하다. 관객들이 보기에도 육체적으로 힘들어 보이는데도 정작 배우 본인은 한 작품을 끌고 가는 템포가 더 어렵다고 느끼는 작품이 '마돈크'다.
등장부터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며 집중도를 높이는 뮤지컬 '헤드윅'과는 또 다르다. 헤드윅 역으로 이미 관객들을 이끄는데 노련한 송용진이지만 '마돈크' 속 프로페서V는 헤드윅과는 다른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정상적인 모습이다가 바보같이 변하고 괴짜로 변하고 찌질한 모습도 보여주는 게 프로페서V이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쉽지 않은 '마돈크'지만 그 점이 송용진을 배우로서 더 살아있게 만든다. 재연에 이어 삼연에 출연한 것도 배우로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말 만족스러워요. 초, 재연 때 부족했던 점들을 이번에 메워서 2인극으로써 더 탄탄한 스토리가 만들어졌잖아요.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잘 이해 되니까 좋아요. 재연까지 했을 때는 가능성을 봤지만 삼연이 재연과 똑같았다면 이 작품이 계속 될 거라는 확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 작품을 다같이 살려보자고 했죠. 머리를 싸매고 수정, 보완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수정된 대본을 볼 때마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더라고요. 물론 배우들은 죽어났지만"(웃음)
드라마만 쪽대본이 있는 게 아니었다. '마돈크' 역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탓에 쪽대본을 외우는듯 매일 새로운 대본과 마주해야 했다. 송용진은 "멘붕이었다", "엄청 힘들었다"고 강조했지만 이내 만족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진감래나 다름 없을 정도다. 힘들었던 만큼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고 관객들 역시 좋아하니 '마돈크'의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창작 공연이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마돈크'는 창작 뮤지컬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한 작품이죠. 재연 때도 모놀로그를 2인극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 때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해 2인극으로써 더 탄탄해졌어요. 매니아 분들의 니즈도 잡고, 자주 공연을 보지 않는 분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된 거죠.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두루두루 많이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배우도, 스태프도 다들 만족스러워 해요."
새로 합류한 오루피나 연출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오루피나 연출이 공연계에 처음 들어와서 조연출 할 때부터 봐왔는데 젊은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잘 발휘하고 진짜 똑똑하다"고 밝힌 송용진은 "배우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아닌건 바로 컷트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서 좋았다"며 오루피나 연출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많은 변화를 주려 했지만 그럼에도 지켜가려 했던 부분은 있다. 로맨스다. 웃고 즐기다가도 극 말미에 애틋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뱀파이어로 변한 프로페서V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앞부분에선 일부러 더 찌질하게 연기했다. 송용진은 "장가도 가고 로맨스 공연을 계속 못했는데 '마돈크'에선 상대가 없고 여배우가 등장하지 않지만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천재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간다'는 소스에 매력을 느낀 송용진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더 정확하게 살을 붙이는 작업을 즐겼다. 삼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타임머신 아이디어도 보탰다. '마마, 돈 크라이' 제목도 되새겼다. "엄마가 원했던 모습으로 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노래한다"며 "사랑을 위해 비극적 운명을 받아들이고 어머니는 계속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슬퍼하고 나는 '마마, 돈 크라이'를 계속 부른다"고 설명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5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쁘띠첼씨어터. 공연시간 100분. 문의 1577-3363
[뮤지컬배우 송용진.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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