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6년 연속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던 시절 돋보이는 강점 중 하나는 '탄탄한 불펜'이었다. 불펜 평균자책점을 보면 2007년 1위(2.71)를 시작으로 2008년 1위(3.05), 2009년 1위(3.75), 2010년 2위(3.83), 2011년 2위(2.78), 2012년 5위(3.74)에 올랐다.
SK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2013~2014시즌은 정반대였다. 2013년에는 4.28로 6위였으며 이는 모든 구단 평균과 같았다. 지난해는 5.49로 9개 구단 중 7위에 머물렀다.
올시즌, SK 불펜이 살아났다. 겉으로 드러난 평균자책점은 4.22로 5위에 머물러있지만 안정감은 지난 2년간과 큰 차이다. 단지 느낌만은 아니다. 일단 블론세이브가 단 한 차례도 없다. 불펜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 자체도 1.38로 3위에 올라 있다.
극과 극 불펜. 이러한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딱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정우람의 존재 여부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온 정우람은 이름값, 그대로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공백이란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얼마나 완벽한 투구를 펼치고 있는지 기록으로 살펴본다.
[기본기록] 6경기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0.00
정우람은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줄곧 불펜투수로만 뛰고 있다. 잠깐동안 마무리투수도 맡았지만 대부분을 중간계투로 나섰다. 이로 인해 등판수는 어느덧 537경기가 됐다. 2006년 82경기, 2008년 85경기, 2009년 62경기, 2010년 75경기, 2011년 68경기까지 매 시즌 절반 가까운, 혹은 절반 이상의 경기에 나섰다.
다른 투수들이라면 부상으로 드러누울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정우람은 부드러운 투구폼 속 '나오고 또 나와도' 매 경기 제 몫을 해냈다. '고무팔'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다.
2년만에 돌아온 그라운드. 상무나 경찰청에서 야구를 하지 않은 선수들은 대부분 복귀 직후 어려움을 겪는다. 정우람은 예외다. 공백이 있었냐는 듯 연일 호투하고 있다. 6경기에 나서 2승 1홀드를 올렸으며 6이닝을 던지며 아직 평균자책점은 0.00다. 덕분에 SK는 지난 2년간 골치 썩었던 불펜 고민을 씻었다.
[기록 1] 22타자 만나 단 1피안타
정우람은 올시즌 22타자를 만났다. 그 중 10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안타는 단 한 개 뿐. 볼넷은 3차례 내줬다. 그나마도 단타다. 22번 중 4번만 출루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WHIP는 0.67, 피안타율은 .056에 불과하다. 정우람에게 유일하게 안타를 때린 선수는 김상현이다.
[기록 2] 좌타자 상대 출루 '0'
정우람은 셋업맨이 되기 전까지 좌타자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원포인트릴리프로도 오랫동안 활약했다. 이제 정우람의 경우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기록을 보면 여전히 좌타자에게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15차례 상대해 1안타와 3개의 볼넷을 내줬다. 삼진은 6개. 이 역시 다른 투수들이라면 뛰어난 성적이다. 하지만 '정우람 좌타자 상대' 성적에 비하면 초라한 기록이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완벽, 그 자체였다. 7차례 만나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 중 삼진은 4번. 정우람에게 범타로 물러난 좌타자는 최형우, 이승엽, 박민우(2번), 이종욱, 김종호, 이대형이다. 모두 소속팀에서 비중이 작지 않은 좌타자들인 것.
[기록 3] 득점권 상황 4차례 중 3번 삼진
위기 상황이 되면 뛰어난 투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구분이 명확히 드러난다. 주자없을 때 잘 던지다가도 위기가 되면 급격히 흔들리는 선수가 있는 반면 위기 때 더 강해지는 투수가 있다.
불펜투수는 역할상 주자가 있을 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정우람은 주자가 없을 때보다 주자가 있을 때, 그리고 득점권에서 더 강한 모습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15번 상대와 만나 1안타와 2볼넷을 내줬다. 반면 주자가 있을 때는 7번 상대해 볼넷 한 개만 허용했다. 안타는 물론 없다. 삼진은 3차례. 득점권이 되면 더욱 강해진다. 4차례 득점권 위기를 모두 넘겼다. 그리고 3번은 삼진이었다.
[기록 4] 강타자에게 더 강하다
또 정우람은 '강한 타자'를 상대로 더 강했다. 3할 이상 타자들을 8번 만나 단 한 차례의 출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중 절반인 4타자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4차례 출루 허용 중 2번이 2할대 이하 타자들에게 기록한 것이다. 단지 방심해서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정우람은 복귀 이후 첫 등판인 3월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2아웃을 잡은 뒤 대타 김태완과 강봉규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이들은 아직까지 올시즌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 이에 대한 궁금증은 이후 풀렸다. 김용희 감독은 "정우람의 손톱에 약간 문제가 생겼었다"고 갑작스럽게 제구가 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정상 컨디션' 속에서는 사실상 모든 타자를 봉쇄한 것.
물론 시즌 내내 현재와 같은 완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군 복무 이전 정우람과 군 복무 이후 정우람이 달라지면 어떡하나'라는 SK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말끔히 떨쳤다는 사실이다. SK 또한 예전 '불펜이 강한 팀'이라는 인상을 서서히 되찾으며 승수쌓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SK 정우람.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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