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정말 즐겁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다시 야구가 재밌어졌어요."
요즘 한화 이글스의 '불펜 에이스'는 권혁이다. 그는 올 시즌 팀의 13경기 중 9경기에 등판,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아 보이지만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가치는 대단하다. 최근에는 확실한 승리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권혁과 송은범이 뒤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은 지난 10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무척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8-8로 팽팽히 맞선 9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을 2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의 9-10 역전패는 아쉬웠지만 권혁의 51구 투혼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3일 휴식 후 등판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서는 1⅔이닝 동안 2안타 1볼넷을 내줬으나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했다. 강타선을 자랑하는 친정팀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권혁은 한화 이적을 택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3년간 뛴 삼성과의 이별. 이유는 간단했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는 것. 실제로 2012년부터 권혁의 입지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2013년 52경기에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 38경기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선전했으나 중요한 상황에는 등판하지 못했다.
삼성 마운드가 워낙 막강한 탓. 하지만 한화는 달랐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6.35로 무너졌다. 한화 마운드에 권혁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기대대로 시즌 초반부터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14일 삼성전 직후 만난 권혁의 표정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는 "이전 등판에서 유먼의 승리를 못 지켜줘서 미안했다. 점수 안 준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했다. 권혁은 지난 8일 LG전서 2-1로 앞선 8회초 정성훈에 역전 투런포를 맞아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이번에는 확실히 지켜냈다.
한화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서 빈볼 논란에 휘말렸다. 김민우와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을 사구로 내보냈고, 벤치클리어링까지 일어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혁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지나간 일이라 다 잊었다. 매일 경기를 해야 한다. 다 잊고 우리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친정팀이라는 생각보다는 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내가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이적을 결심한 것이다. 지금까진 괜찮다"며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다시 야구가 재밌어졌다. 삼성이 최강 타선을 자랑하지만 힘으로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범모의 리드도 좋았다"며 공을 돌렸다. 특히 "다시 야구가 재밌어졌다"는 말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
구종도 한층 다양해졌다. 힘 있는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포크볼을 더욱 가다듬었고, 캠프 기간 연습한 체인지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권혁은 시범경기 기간에 "체인지업과 포크볼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올 시즌 분명 활용도가 높을 것이고, 점차 손에 익을 것이다"고 했다. "구종 하나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는 김 감독의 말에 응답한 것. 김 감독이 권혁을 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혁은 지난해 12월 입단식 당시 "최대한 많은 경기,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2년간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어깨는 굉장히 싱싱하다. 많이 던지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권혁은 15일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9경기(공동 1위)에 나섰다. 그러면서 진짜 가치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권혁을 따뜻하게 안아준 한화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 권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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