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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이태양이 오늘로 끝났다. 수술해야 할 것 같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던 투수가 수술대에 올라야 하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유한 전력으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
이태양은 전날 이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군 경기에 선발 등판, 2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평균 구속이 132~134km에 머물렀다. 28구를 던지고 통증을 호소해 교체된 이태양은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진을 받았다. "팔꿈치 인대 상태가 심각하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이태양은 지난해 30경기에서 7승 10패 평균자책점 5.29의 성적을 남겼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한국의 금메달에 일조했다. 자신의 이름처럼 떠오른 한해였다. 가장 고무적인 건 5월 9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점. 다승과 최다이닝(153이닝)은 팀 내 1위였다. 리그 전체로 보면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한화에서 이태양의 존재는 어마어마했다. 그의 이탈이 치명적인 이유다.
사실 이태양은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서도 팔꿈치 통증으로 투구 훈련을 하지 않았다. 2013년까지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던 그가 153이닝이나 던졌으니 다소 무리가 갈 만했다. 시즌 막판 피로가 누적된 탓도 있었다.
마무리캠프 합류 이후에는 요코하마 미나미공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당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으나 상의 끝에 재활을 택했다. 공을 던지지 않았지만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체력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병원에서는 이태양에게 수술해야 한다고 했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 재활로도 가능하다고 했다"며 "과거 감독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오키나와 재활 캠프를 거쳐 지난 1월 29일 1차 캠프지인 고치 합류 이후에는 불펜피칭을 시작했다. 2월 오키나와 스프캠프서 진행된 연습경기와 지난달 시범경기에도 등판했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으나 복귀는 순조로울 듯했다. 전날(14일)만 해도 김 감독이 "이태양이 돌아온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슬펐다.
김 감독은 이미 이태양의 복귀에 따른 선발진 운용 계획을 짜놓았다. 지금 한화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 안영명과 배영수, 유창식이다. 이태양이 돌아오면 유창식을 계투로 돌린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도 틀어졌다. 지금 마무리 윤규진도 2군에 내려가 있어 전체적인 마운드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이태양의 이탈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고치와 오키나와 캠프를 거치며 만들려고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태양의 정확한 수술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화로선 이태양의 공백이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다.
[이태양.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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