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태형 감독은 기다린다.
현재 두산 전력은 100%가 아니다. 크고 작은 부상자가 많다. 외국인타자 잭 루츠는 허리 통증으로 1군에 없다. 노경은은 턱 관절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옳게 소화하지 못했다. 이현승은 시범경기 막판 타자의 타구에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골반 통증, 김현수는 발 뒤꿈치 통증, 민병헌은 왼쪽 허벅지 통증에 시달리다 최근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김태형 감독이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1루수 김재환' 카드도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극심한 부진을 겪은 김재환은 최근 2군으로 내려갔다. 김 감독은 오재일을 주전 1루수로 내세우고 있다. 마무리 윤명준, 셋업맨 김강률-함덕주 카드는 여전히 불안하다. 또 15일 수원 KT전서는 주전 2루수 오재원이 종아리 통증으로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프로에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지만, 두산의 경우 부상자, 부진한 선수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전력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인내와 기다림
가장 눈에 띄는 건 김 감독의 인내와 기다림. 지금까지 김 감독이 부진하거나 아픈 선수에 대해 그렇게 좋지 않은 코멘트를 한 적이 없다. 일부 감독들은 부진 혹은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 선수에 대해 언론을 통해 강경한 발언으로 자극을 주기도 한다. 특히 초보 감독의 경우 부상자 조기복귀 승부수로 주위에 뭔가 보여주려는 제스처도 취하기 마련. 하지만, 김 감독은 묵묵히 기다린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정규시즌 초반까지 꽤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부상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선수를 바꿔주는 스타일. 정진호, 김진형, 최주환 등은 주전들의 부상을 틈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백업들에겐 희망을 주전들에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두산 특유의 두꺼운 선수층이 낳은 선순환 효과.
김 감독은 부상자들을 급하게 1군에 올릴 생각이 없다. 현재 1군에서 제외된 루츠의 경우가 그렇다. 아무래도 루츠가 빠지면서 두산 중심타선 화력이 떨어졌다. 홍성흔이 4번, 양의지 혹은 오재원이 5번을 맡았다.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루츠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기 전까진 버텨야 한다는 게 김 감독 입장.
노경은의 경우 복귀가 눈 앞이다.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5월 초에는 가능할 전망. 김 감독은 노경은이 복귀를 서두르자 직접 편하게 하라며 다독였다는 후문. 반면 이현승의 경우 여전히 복귀에 진척이 없는 상황. 김 감독은 올 시즌 이현승이 풀타임 선발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려온 걸 잘 안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남다른 리더십도 있었다. 실제 이현승이 돌아오면 선발진 후미가 크게 강화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조용한 변화와 배려
대신 조용하게 변화를 준다. 불펜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함덕주, 김강률, 윤명준으로 필승조를 꾸렸다. 셋 모두 풀타임 필승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약점. 걱정대로 정규시즌에 들어가자 불안함의 연속이다. 하지만, 별 다른 대안도 없다. 두산은 어떻게든 이들로 시즌을 꾸려가야 한다. 김 감독은 이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약간의 변화도 감지된다. 김 감독은 베테랑 이재우를 슬그머니 필승조에 편입시켰다. 본래 시즌 초반부터 이재우는 기존 필승조를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시범경기서 부진해 주변의 기대감도 떨어진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이재우의 노련미를 믿었다. 이재우 역시 정규시즌 개막 이후 급격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수원 KT전서도 대체 선발 이현호가 일찌감치 무너지자 세번째 투수로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썩 깔끔하진 않았지만, 시즌 초반 7경기서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나쁘지 않다.
최근엔 부진한 함덕주 대신 이재우가 김강률과 더블 셋업맨으로 뛰는 모양새. 실제 함덕주는 이날 치열한 불펜전서 마무리 윤명준이 올라올 때까지 등판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함덕주를 필승조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해도, 박빙의 승부처에서 잠깐 제외된 것. 이 역시 경험이 부족한 함덕주에 대한 김 감독의 배려다. 함덕주는 15일 경기서 윤명준이 3이닝을 소화하자 12회에 극적으로 등판, 1이닝 무실점하며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김 감독으로선 함덕주에 대한 배려가 최상의 결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함덕주도 첫 세이브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잡았다.
9일 잠실 넥센전서 노히트 피칭을 한 유네스키 마야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마야는 본래 로테이션상 15일 경기서 선발로 나와야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마야를 주말 잠실 롯데전으로 돌렸다. 9일 당시 132개의 공을 던진 상황. 아무래도 평소보다 무리했다. 김 감독은 마야에게 약간의 휴식을 더 제공했다. 두산 입장에선 반드시 잡아야 할 KT전서 확실한 투수 1명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야에게 여유를 주는 게 합리적이다. 이밖에 1군에서 제외된 김재환 역시 열흘만 지나면 언제든지 1군에 올라올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김재환이 추스를 수 있도록 시간을 부여했다.
초보 사령탑 답지 않은 김 감독의 기다림과 배려. 두산이 100%가 아닌 전력에 비하면 나름대로 순항 중이다. 현재 두산 전력을 냉정히 살펴보면 김 감독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액션이 배려와 기다림이다.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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