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은 여전히 이승엽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이승엽이 키 플레이어"라고 했다. 베테랑 이승엽이 기량이 떨어지지 않은 채 제 몫을 할 경우 팀 공격력에 미치는 플러스 효과는 대단하다. 류 감독이 '폭탄타순'인 6번에 이승엽을 중용하는 건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또한 이승엽이 후배들과 류 감독으로부터 쌓은 믿음이 두텁다.
지난해 타율 0.308 32홈런 101타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이승엽. 한국나이 불혹이 된 2015시즌에도 여전히 좋다. 15일까지 타율 0.291 3홈런 10타점 8득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도 0.316,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도 0.898. 팀 사정상 5~6번을 오가지만, 어떤 타순에 놓아도 막힘 없이 제 몫을 한다. 결정적으로 이승엽과 그 주변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삼성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취재했다. 당시 이승엽의 인터뷰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쉽게 그에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이해가 됐다. 이승엽은 그 어느 해보다 진지하게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자신의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틈틈이 후배들의 훈련까지 챙기는 세심함도 돋보였다.
당시 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그 누구도 이승엽의 올 시즌 활약 여부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시즌 들어서도 마찬가지. 류 감독은 채태인이 무릎 추벽 제거 수술로 정상적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이승엽을 시범경기부터 5~6번에 번갈아 내세운다.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5번과 6번은 상대 투수의 견제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승엽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5번타자로 46타수 13안타 타율 0.288 1홈런 5타점, 6번타자로 9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
6번타자로 출전한 15일 대전 한화전서는 결정적인 한 방이 나왔다. 3-3 동점이던 6회초 박정진에게 볼카운트 2B2S서 비거리 125m 결승 중월 스리런포를 날렸다. 2회 선제 1타점 우전적시타에 이은 결정적 한 방. 최근 2연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 꼭 필요할 때 이승엽은 결정타를 때려낸다. 그의 숨은 진가. 이승엽은 그 한방으로 사상 첫 통산 400홈런에 단 7개를 남겼다.
▲편견과 핑계는 없다
이승엽의 기량은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 배트 스피드와 순발력이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2013년 최악의 부진에도 묵묵히 부활만 준비했다. 류 감독도 그런 이승엽에게 믿음을 보여줬고, 이승엽도 2014년 31홈런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잘 했다고 해서 올해 역시 잘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아직도 여전히 시즌 초반. 더구나 이승엽의 나이는 불혹이다. 이젠 야구를 잘하는 것보다, 예전만 못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이.
류 감독의 장점 중 하나는 베테랑을 나이를 이유로 강제로 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승엽, 임창용, 진갑용, 박한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기량과 체력, 컨디션 등이 정말 확 떨어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젊은 후배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기여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한다. 이승엽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건 류 감독의 편견 없는 객관적 시야가 기본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이승엽이 더 대단한 건 핑계를 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훈련량을 거뜬히 소화할 정도로 몸 관리부터 철저하다. 그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후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라운드에선 그 누구에도 지고 싶지 않다. 선수생활을 마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올 시즌에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시즌 초반부터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당연히 여느 40대와는 달리 입지를 걱정할 이유도 전혀 없다. 불혹의 이승엽이 야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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