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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가서 잘하니까 좋네."
한화 이글스 좌완투수 권혁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삼성 라이온즈서만 뛰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어 한화 이적을 택했다. 더 많은 기회를 위해서다. 2011년부터 4년간 함께한 류중일 감독과도 이별했다.
뜻이 통했다. 권혁은 올 시즌 한화의 14경기 중 9경기에 등판했다. 표면에 드러난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63의 성적은 썩 좋다고 보기 어렵지만 한화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처음으로 친정팀 삼성전에 등판했다. 기록은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강타선을 자랑하는 친정팀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 후에는 "친정팀이라는 생각보다는 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내가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류 감독도 권혁의 활약에 반색했다. 동지에서 적이 됐지만 4년간 함께한 제자의 활약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도 "권혁이 쓰임새가 많은 투수였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도 "권혁은 원래 구위가 좋은 투수다"며 "제구도 더 좋아진 것 같다. 가서 잘하니까 좋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14일 경기에서 3-5로 패한 것. 7회와 8회 권혁을 상대로 득점에 실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류 감독은 "다른 팀 상대로 잘하지 왜 우리 팀과 할 때(잘하느냐)"라며 "우리가 (권)혁이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라며 껄껄 웃었다. 권혁은 올 시즌 11⅔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솎아냈고, 볼넷은 2개만 허용했다.
본인의 노력도 컸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김성근 한화 감독과 함께 폼 교정에 힘썼고, 구종 다양화에도 성공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외에 포크볼을 더욱 가다듬었고, 캠프 기간 연습한 체인지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권혁은 시범경기 기간에 "체인지업과 포크볼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올 시즌 분명 활용도가 높을 것이고, 점차 손에 익을 것이다"고 했다. "구종 하나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던 김 감독의 마음에 쏙 들 만했다.
앞으로 한화와 삼성은 14차례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달 12일~14일 3연전서는 권혁이 한화 이적 후 처음으로(정규시즌) 13년간 정든 대구구장을 찾는다. 권혁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선보일 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밋거리가 될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한화 이글스 권혁(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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