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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기자] 16일 발표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리스트에 한국영화는 없었다. 일각에선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수익과 흥행만을 목표로 한 영화만 만들다 예술성을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난해 2회 연속 불발에 그쳤을 때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3회 연속 경쟁부문 진출 실패를 어떻게 봐야할까.
▲‘포스트 이창동’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칸 영화제에 단골로 초대받는 감독은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박찬욱 등이다. 이들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계가 인정하는 예술가이다. 이 가운데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심영섭 평론가는 “3년 연속 경쟁진출 실패는 한국 거장 감독의 맥이 끊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한국영화의 균형축을 이루고 있던 거장 감독이 자신의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충무로가 ‘스물’같은 재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삶의 통찰을 녹여내는 영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창동 감독이 신작을 만들면 무조건 경쟁부문에 진출할 수 있지만,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이창동’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희야’ 정주리, ‘마돈나’ 신수원 감독은 새로운 희망
칸 영화제는 될성부를 떡잎을 키운다. 세계영화계에 알려지지 않은 신인감독을 경쟁부문에 초청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헝가리 출신의 라즐로 네메스가 데뷔작 ‘사울 피아’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칸 역사상 손에 꼽기 힘들만큼 유례가 없는 일이다. 칸은 신인의 걸작보다 거장의 졸작을 선호한다. 칸이 작가주의의 전통을 따르기 때문이다.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헝가리의 작가주의 감독 벨라 타르 밑에서 영화를 배웠다. 헝가리는 작가주의 전통을 지켜오는 나라다. 그러한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신인 감독이 장편경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칸은 가능성이 있는 감독을 단편 경쟁, 주목할만한 시선 등에 먼저 초청한 뒤 그의 차기작을 장편경쟁에 올리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칸의 이러한 전통을 감안하면 지난해 ‘도희야’로 주목할만한 시선에 진출한 정주리 감독, 올해 ‘마돈나’로 주목할만한 시선에 이름을 올린 신수원 감독은 향후 장편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영화계의 평가다. 특히 신수원 감독은 단편 ‘순환선’으로 2012년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카날플뤼스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칸이 그의 차기작을 더욱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실제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영화를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찬일 평론가는 “향후 4~5년 뒤에는 정주리, 신수원 감독이 장편경쟁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등의 뒤를 이을만한 신진 감독이 자신의 개성과 예술성을 살릴 수 있는 토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아래 = 왼쪽 서영희, 오른쪽 신수원 감독. 제공 = 리틀빅피쳐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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