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경기 나가는 자체로 좋아요."
두산 베어스 최주환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9리(38타수 11안타) 1홈런 9타점, 출루율 3할 5푼 7리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타자 잭 루츠가 허리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뒤 꾸준히 나서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전날(18일) 잠실 롯데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팀이 1-5에서 4-5까지 추격한 9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롯데 이정민의 몸쪽 145km 직구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 마수걸이포가 끝내기 홈런이었다. 그는 "이렇게 극적인 홈런을 때린 건 야구 하면서 처음"이라며 감격해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어제는 좋아할 만했다"며 껄껄 웃었다.
2006년 입단한 최주환의 통산 성적은 257경기 타율 2할 7푼 2리 9홈런 78타점. 아직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한 번도 없다. 그가 "불안감 속에서 시즌을 치렀다"고 한 이유다. 지난해에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으나 내전근 파열 부상으로 초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19일 잠실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난 최주환은 "그때부터 경험이 쌓인 것 같다"며 "작년부터 3루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주 포지션은 2루였는데, 3루도 적응했다. 멀티 포지션이 쉬운 게 아니라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백업이었다. 올해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 루츠의 주 포지션이 3루였기 때문. 2루에는 '캡틴' 오재원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생각을 많이 바꿨다. 그만큼 내가 실력을 키워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경기에 투입하도록 해야 한다"며 "하던대로 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무조건 잘하려고만 했다"며 "(오)재원이 형이 '힘들게 연습하고 왜 두려워하느냐'고 하신 적이 있다. 여유 있게 편하게 하는 선수들이 잘한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그러면서 백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주환은 "백업 선수들도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정말 팀에 중요한 요소다. 조금은 소외된 느낌이 있는데,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우리도 서로 도와가면서 한다. 우리 팀 컬러가 좋아지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하나를 설명했다. 최주환은 "타격에는 항상 자신 있었다. 그래서 수비 70%, 타격 30% 중점을 두고 훈련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륙간 컵에서 3번 치다가 6번으로 떨어진 적이 있는데, 자존심 상해서 밥도 안 먹고 스윙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경기 나가는 자체로 좋다. 좋게 좋게 생각하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 그런 자존심이 있었고, 바꿔 나가니까 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팀이 하나가 됐다"며 "올해는 팀 컬러가 공격적 성향이 강해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조금씩 하다 보니 적극성이 생겼다. 밀어 붙이고 있다. 하나씩 맞아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최주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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