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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법원이 마약을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수 범키(30, 권기범)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범키에게 마약을 받고 함께 투약했다고 주장한 이들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됐고, 범키의 마약혐의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오전 서울 서울동부지방법원(형사4단독)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범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범키의 마약 매매 혐의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매수하는 사람의 진술이 마약 매매 사실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송모씨, 배모씨의 진술만 있을 뿐 사실상 객관적인 물증은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씨와 피고인은 지난 2012 8월경 서울 시내에서 몇차례 통화한 이력이 나와 있다. 만약 마약 사건에서 매수자와 매도인(판매자)가 잘 모르는 경우라면 이 통화 내역은 유력한 증거지만 이 사건의 경우 두 사람이 그 무렵 친하게 지내며 자주 만났다고 진술한 부분이 일치, 통화내역은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없다. 또 송씨가 검찰에 제보하고 진술할 때와 그 이후 진술이 번복되고 있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측면은 피고인이 과연 송씨에게 매도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송씨의 진술 내용은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송씨는 당시 필로폰 투약 및 매매 등에 대해 수사 및 재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양형상 이해 관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배씨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필로폰 3회, 엑스터시 1회 등 총 4번이나 매수했다고 진술했지만 여러 차례 거래한 것에 비하면 통화 내용이나 금융거래 기록이 없다. 특히 배씨는 처음에 검찰에 제보할 때는 자신에게 마약을 준 사람이 미국계 한국인 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피고인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번복 경위에 관한 배씨의 진술이 사실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법정에서도 공소 사실에 기재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만 진술했다. 배씨 역시 송씨와 마찬가지로 양형상 이해관계가 있다고 본다”고 전하며 범키를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거 없다고 판결내렸다.
재판부는 범키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서도 조서 내용, 진술 당시 정황,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등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재판부는 마약 투약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송씨, 배씨, 김모씨, 노모씨 등과 범키가 함께 서울의 한 호텔에서 투숙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제는 피고인이 투약을 실제로 했느냐의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씨, 배씨, 김씨, 노씨 모두 검찰에서는 피고인이 투약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에서는 엑스터시를 먹고 싶을 때 물과 함께 삼키는 것이라 피고인이 실제로 삼켰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송씨는 2012년 9월에는 피고인의 투약을 안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반면 1년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한 이유가 뭔지는 알기가 어렵다. 또 송씨가 당초 확실하게 목격한 2011년 범행은 제보하지 않고 불확실한 2012년 일은 먼저 제보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진술의 구체성, 확실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키의 혐의에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도 내다봤다. 재판부는 “피고인 자신이 그 전에 처벌받은 전력도 있고, 제3자가 보기에 의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투약 사실에 대한 추측 진술도 수긍이 가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피고인이 투약한 것을 봤다고 인정할 만한 일이 몇 년이 지나서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모발 및 소변 감정이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형사처벌을 하기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정확한 증거는 송씨의 진술 뿐이지만 내용이 번복되고 있고 구체성,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범키는 지난해 10월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범키는 지난 2012년 8월 초부터 이듬해 9월까지 지인 2명에게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11년 9월부터 11월까지 엑스터시 판매 및 투약 혐의가 추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징역5년을 구형했고, 범키는 꾸준히 무죄를 주장해 왔다.
[범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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