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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철민이 선 굵은 악역으로 돌아왔다. 영화 ‘혈의 누’에서 겁먹은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던 악인 조달령을 연기한 이후 두 번째 악역이다.
박철민이 악인으로 변신한 영화는 23일 개봉한 '약장수'다.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떴다방에 취직해 아들을 연기하는 일범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그린 영화로 김인권이 일범, 박철민이 홍보관 점장 철중 역을 맡았다.
“감독님이 ‘혈의 누’의 표정이나 느낌을 넣어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까불고 넉살좋고, 사람들이 그런 저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혈의 누’같은 색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죠. ‘혈의 누’의 조달령으로는 성이 안 찼어요. 단순 악역이었죠. 이번에 연기한 ‘약장수’의 철중은 자신의 스토리도 있고 연민도 느낄 수 있어요.”
철중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주위에서 볼 법한 사람 같기도 하고, 돈 앞에서 냉혹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홍보관의 점장인 그는 이곳을 찾은 어머니들을 웃길 때는 성심성의껏 한 몸을 내던지지만 돈 앞에서는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혈한으로 돌변한다.
“철중은 좀 심한 선배 같기도 한 그런 인물이에요. 사실 세상이 이렇잖아요. 깨끗한 마음이 다 이기지는 않아요. 돈에 대한 집착과 냉정함이 있어야 이긴다는 걸 거칠고 잔인하게 철중이 표현한 거죠. 그래도 연민과 긍정적인 면이 있어요. 모두 양면이 있잖아요. 직원들에게 ‘갈 때 계란이나 몇 개 더 가져가라’고 말하는데 가족 같은 놈들이니까 더 주고 싶어 하는 거죠. 이런 따뜻함을 더 부여한 건 양면이 있어야 무서움과 잔혹함이 더 커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어요.”
사실 그동안 박철민에게 악역은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혈의 누’에서 악역 연기를 선보였지만 대부분 그의 코믹한 이미지를 원했다. 악역 캐릭터로 최종 캐스팅 단계까지 올랐지만 고배를 마신 것도 여러 번이었다.
“제가 만족스러운 장면들은 영화 뒤쪽에 나와요. 초반 장면이 아쉬웠죠.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었거든요. 사탕 신 같은 경우는 점점 철중이 돼가는 과정에서 촬영한 거예요. 후반에 아끼고 만족하는 신들이 나온 것 같아요. ‘나한테 이런 눈빛이 있구나’, ‘내가 아닌 것 같은 표정이 있구나’를 느끼게 됐죠. 무척 행복했어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악역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박철민은 개런티 대신 받게 될 자신의 지분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때도 그랬다. 자신의 러닝 개런티를 기부하겠다고 공약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돈을 바라고 ‘약장수’에 출연한 게 아니에요. 드라마나 다른 것들로 먹고 살기 충분해요. 후배들 술 사주고, 맛있는 안주를 시켜먹을 수 있고, 딸을 학원에 보낼 수 있는 형편 정도면 됐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단체가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 크게 한 번 도움을 줘보자라는 생각에서 이런 공약을 하게 됐어요. 좋은 일에 쓸 테니 애정을 가지고, 신나게 관람하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목적도 있어요. 100만명이 봐서 6000만원을 기부하게 된다면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런 상상을 하곤 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악역 갈증을 해소한 박철민은 ‘절대 악’에 도전하고 싶은 속마음을 전했다. 과거 ‘세상에서 가장 잘 까부는 배우’, ‘맛있게 오버하는 배우’, ‘웃음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배우’가 목표였지만 이 외에도 이루고 싶은 꿈들이 생겼다.
“제 한계도 있고, 재능이 부족해 상투적으로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관객도 저도 지치는 것 같았죠. 악역, 진지한 내면을 그린 정극연기 등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이런 쪽 연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절대 악을 연기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제가 편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악을 연기해내면 다른 이미지로 받아들이실 것 같아요. 망설이는 감독님들이 이 작품을 보며 ‘다른 느낌이 있네’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확산된다면 다양하고 많은 역을 할 수 있겠죠. 비겁하고 더럽고 잔인한 절대 악도 좋아요. 이유가 있는 악인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배우 박철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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